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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천경자 <미인도> 미스터리, "내 자식도 몰라보는 어미가 어디 있나"

예술가에게 작품은 혼을 실어 낳은 자식과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국가가 “이것은 당신의 자식이다”라고 말하는데, 작가 본인이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절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국 미술사상 최악의 스캔들이자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을 2부에 걸쳐 심층 재구성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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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

궁정동에서 국립현대미술관까지의 유통 경로

사건의 발단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산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그의 자택 수색 중 한 점의 그림을 발견합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미인도>입니다. 이 작품은 신군부에 의해 국고로 환수된 뒤, 1980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공식 기증되었습니다. “권력의 실세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는 배경은 미술관 측에 이 작품이 위작일 수 있다는 의심을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행정적 신뢰’를 부여했습니다.

1991년 전시와 천경자 화백의 첫 선언

그로부터 11년 후인 1991년, 국립현대미스트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 포스터에 <미인도>가 인쇄되면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자신의 작품이 포스터와 엽서로 복제되어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천 화백은 작품을 대면하자마자 “이것은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녀는 즉각 미술관 측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처참했습니다.

미술관 관계자들은 “압구정동 아줌마들이 자기 그림을 몰라보는 것과 같다”며 그녀의 안목을 조롱했고, 심지어 작가가 유명세를 이용해 몸값을 올리려 한다거나 노환으로 인한 기억력 장애를 앓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그녀를 몰아세웠습니다.

작가의 구체적인 위작 근거 제시

천 화백은 기자회견을 통해 위작의 증거를 조목조목 짚어냈습니다. 첫째, 자신이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조잡한 덧칠 기법이 눈에 띄며, 둘째, 어깨 위의 나비 모양과 꽃잎의 채색이 자신의 세밀한 필치에 비해 현저히 둔탁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인물의 눈매와 머리카락 묘사에서 나타나는 기운(氣韻)이 본인의 것이 아님을 목숨을 걸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기관은 작가의 살아있는 증언보다 김재규라는 인물의 소장 이력이라는 ‘공식 문서’를 더 신뢰했습니다.

위조범 권춘술의 구체적 자백

1991년 당시 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단 며칠 만에 진품 판정을 내렸으나, 1999년 고서화 위조범 권춘술이 구속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내가 1984년경 화랑가의 요청으로 천 화백의 화풍을 본떠 <미인도>를 직접 그렸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는 달력에 인쇄된 천 화백의 다른 그림 두 점을 교묘히 섞어 그렸으며, 배경의 꽃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등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수정 과정을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권춘술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이미 김재규 소장품으로 확인된 1979년 이전의 시점과 맞지 않는다”며 그의 증언을 허위로 결론지었습니다.

단독취재] '25년 미스터리' 미인도 위작 논란 < 사회 < 기사본문 -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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