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그림 스캔들, 노들러 갤러리 위작 사건 (넷플릭스 'Make You Look')
165년 전통의 파산, 뉴욕 상류층을 홀린 ‘유령 걸작’
뉴욕의 가장 오래된 화랑, 165년의 역사를 가진 노들러 갤러리(Knoedler Gallery)가 2011년 돌연 문을 닫았을 때, 예술계는 거대한 지진을 맞이했습니다.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빌럼 더 코닝 등 전후 추상표현주의 거장들의 ‘미공개 초기작’들이 사실은 퀸즈의 낡은 차고에서 급조된 위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총액 8천만 달러(한화 약 1,100억 원)에 달하는 이 거대한 사기극은 ‘안목’이라는 권위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사건이죠.

페이셴 첸: 퀸즈의 차고에서 거장의 영혼을 훔친 ‘모작의 천재’
이 모든 기적 같은 위작을 그려낸 주인공은 중국 출신의 무명 화가 페이셴 첸(Pei-Shen Qian)이었습니다. 1980년대 뉴욕으로 건너와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연명하던 그는, 벼룩시장에서 구한 낡은 캔버스 위에 차(Tea)와 먼지를 덧입혀 ‘세월의 흔적’을 위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는 거장들의 붓질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유한 에너지와 질감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수천만 달러에 팔린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편당 고작 수백 달러의 수공비를 받으며 60여 점의 위작을 찍어낸 ‘유령 화가’였습니다.

글라피라 로살레스: ‘비밀스러운 상속자’라는 매혹적인 각본가
이 정교한 위작들을 시장에 유통한 인물은 중간 공급책 글라피라 로살레스(Glafira Rosales)였습니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는 ‘스위스의 신비로운 수집가(Mr. X)’로부터 그림을 위탁받았다는 치밀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로살레스는 예술계의 ‘희소성’에 대한 갈망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들고 온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초기 습작’이라는 타이틀은 전문가들의 의구심을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그녀는 평범한 아트 딜러에서 단숨에 뉴욕 갤러리스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신비한 여인’으로 등극하며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앤 프리드먼: 열망과 오만 사이, 노들러의 여왕이 선택한 침묵
사건의 정점에는 노들러 갤러리의 관장 앤 프리드먼(Ann Freedman)이 있습니다. 그녀는 뉴욕 아트 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이었으며, 그녀의 보증은 곧 시장의 ‘진품 증명서’와 다름없었습니다. 앤 프리드먼은 15년 동안 60점의 위작을 판매하며 갤러리에 막대한 부를 안겼습니다.
그녀가 위작임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안목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눈이 멀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위작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에도 “이 그림들은 너무나 아름다워 가짜일 리 없다”며 자신의 오만을 예술적 확신으로 포장했다는 점입니다.

흩어진 범죄자들과 여전히 남겨진 질문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후, 법의 심판은 엇갈렸습니다. 주동자인 글라피라 로살레스는 탈세와 사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수사 협조를 대가로 9개월의 가택 연금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위작을 그린 페이셴 첸은 FBI 수사 직후 중국으로 도주하여 현재까지 송환되지 않은 채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앤 프리드먼과 노들러 갤러리는 수많은 민사 소송에 휘말렸으나, 대부분의 피해자들과 막대한 금액의 ‘비밀 합의’를 통해 형사 처벌을 면했습니다. 앤 프리드먼은 현재도 뉴욕에서 개인 갤러리를 운영하며 여전히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8천만 달러의 사기극은 벌어졌으나, 감옥에 간 이는 사실상 아무도 없는 기묘한 결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