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무는 작가-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 <리미널(Liminal)>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뜻하는 ‘리미널’이라는 단어로 이름 붙인 이번 전시에서도 영상 작품부터 설치 작품, 퍼포먼스까지 다채로운 형태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흐리며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겹치는 새로운 영역을 제안합니다.
살아있는 개미와 기계 생명체
2019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피에르 위그의 실험적 전시 가 열렸습니다. 이 전시는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었습니다. 살아 있는 개미 군락이 조각 위를 기어 다니고, 인공지능이 관람객의 감정을 분석하며,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진화하는 듯한 생명체들이 공간을 점령했습니다. 빛과 소리, 생명체와 기계가 얽힌 이 혼돈 속에서 관람객은 스스로도 실험의 일부가 된 듯한 경험을 하며, 전통적인 미술 감상의 개념을 뒤흔드는 강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라는 역사적 공간을 활용한 이 전시는 예술과 과학,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며 국제적 화제를 모았습니다.

과거 전시에서 드러난 그의 세계관
피에르 위그는 항상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미술의 경계를 허물어 왔습니다. 2012년 독일 도큐멘타(에서 선보인 에서는 유기체적 환경을 조성해 살아 있는 벌집을 뒤집어쓴 조각과 분홍색으로 염색된 개들이 함께 공존하는 기묘한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2014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에서는 박테리아와 해파리, 인간 배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생명체 간의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그의 작업은 살아 숨 쉬고 변화하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실험장입니다.


리움에서 펼쳐지는 신작
리움미술관 전시도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나와 협력해 이뤄졌습니다. 베네치아 전시작 중 ‘리미널’과 ‘이디엄’, ‘카마타’는 리움미술관이 제작을 지원했습니다.
작품 ‘리미널’에는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이 등장합니다.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센서가 포착한 환경 조건과 인공 신경 조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되고 전시 기간 형상은 외부 데이터를 학습하고 쌓아갑니다. ‘암세포 변환기’는 실제 암세포가 서식하고 지속해서 분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변화를 기록하는 현미경 이미지 데이터는 ‘U움벨트-안리’라는 작품으로 송출하게 됩니다.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하여 실시간으로 변형되며, AI 기술이 작품의 형태를 변화 시키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이번 전시에선 이들 작품과 함께 빛과 안개 등으로 구성된 ‘오프스프링’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폐허가 된 지역에서 찍은 영상 작업 ‘휴먼 마스크’, 수족관 작품 등까지 최근 10여년간 작품 총 12점을 볼 수 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과 생체 데이터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작품이 배치되어 관람객을 능동적인 참여자로 만듭니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마치 또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는 듯한 몰입형 경험을 선사하며,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리미널(Liminal)>, 2024~진행중,[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yna.co.kr/etc/inner/KR/2025/02/25/AKR20250225029400005_01_i_P4.jpg)
![<카마타(Camata)>, 2024~진행 중[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5.yna.co.kr/etc/inner/KR/2025/02/25/AKR20250225029400005_02_i_P4.jpg)
보테가 베네타와 함께 완성한 <리미널>
이번 전시는 보테가 베네타가 후원합니다. 특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이디엄(Idiom)’(2024)은 보테가 베네타와 협업하여 제작한 의상을 입은 퍼포머들이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작품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강렬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창립 이래 시각예술, 건축, 디자인, 무용, 출판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꾸준히 문화 후원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리미널>은 2023년 강서경 작가 개인전에 이어 브랜드와 리움미술관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파트너십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