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예술로 바꾼 여인, 프리다 칼로의 또 다른 기록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내면 세계가 다시 한 번 세계 미술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4천만 달러에서 6천만 달러 사이로 추정되는 “El sueño (La cama)” – “The Dream (The Bed)”은 11월 8일 경매에 부쳐질 경우 여성 작가 작품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최고가는 2014년 소더비 경매에서 조지아 오키프의 “Jimson Weed/White Flower No. 1″이 기록한 4천440만 달러입니다.

피와 고통을 담은 침대 위의 꿈

〈El Sueño (La Cama)〉는 칼로가 오랜 병상 생활 속에서 마주한 죽음과 환상의 경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칼로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균형하게 자랐고, 18세에는 끔찍한 교통사고로 버스 난간이 몸을 관통하며 척추, 골반, 갈비뼈, 다리가 산산조각 났습니다. 이 사고로 그녀는 평생 30회가 넘는 수술을 감내해야 했고, 임신조차 불가능한 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 위에서 코르셋과 깁스에 의지해 버텨야 했고, 바로 그 자리에서 붓을 들어 자신의 고통과 꿈을 그림으로 풀어냈습니다.

침대는 단순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칼로에게 있어 죽음과 창조가 맞닿는 예술의 무대였습니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은 그 상징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캔버스로 평가됩니다.

프리다 칼로 경매 기록의 궤적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오랫동안 여성 예술가 최고가 기록과 함께 경매 시장에서 주목받아왔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녀의 작품은 수백만 달러대에 머물렀지만, 2016년 〈Dos desnudos en el bosque〉가 810만 달러에 판매되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올랐습니다. 이후 2021년 뉴욕 소더비에서 〈Diego y yo〉가 3,490만 달러에 낙찰되며, 당시까지 ‘현존하지 않는 여성 예술가 최고가’라는 칭호를 안겼습니다. 이번 〈El Sueño (La Cama)〉의 6천만 달러 낙찰은 그 기록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프리다 칼로를 여성 화가 경매 기록의 절대적 정점에 세웠습니다.

여성 예술가 경매사에서의 상징적 순간

이번 기록은 단순히 금전적 수치를 넘어, 여성 예술가의 위상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건입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미술 시장은 피카소, 모딜리아니, 바스키아 등 남성 거장의 이름이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칼로의 이번 기록은 조지아 오키프 이후 이어진 여성 작가 작품 최고가의 판도를 바꾸는 역사적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칼로는 이제 단순히 여성 예술가 최고가를 넘어, 20세기 전반기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적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칼로의 그림은 9월 23일까지 런던 소더비에서 전시되고, 그 후 뉴욕에서 판매되기 전에 아부다비, 홍콩, 파리를 순회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