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 조각

Artist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20세기 조각의 개념을 완전히 갈아엎은 남자,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가 등장했을 때, 미술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가 만든 조각은 움직였습니다. 그것도 사람의 손이 아닌, 바람과 중력, 빛에 따라 살아 움직였죠.

이전까지 조각작품은 좌다(받침대)는 마치 회화 작품의 액자처럼 꼭 함께하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칼더는 조각작품을 좌대로부터 해방시켰죠.

그의 대표작 〈Untitled (1976)〉은 뉴욕 현대미술관 천정에 매달려, 공기의 미세한 흔들림에 반응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천천히 회전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조각은 더 이상 무거운 덩어리가 아니었고, 공기 속에 떠 있는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Untitled (1976) | Calder Foundation

쇳조각에 숨을 불어넣은 기계공학자

칼더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처음엔 기계공학을 공부했습니다. 그의 손끝은 정밀했고, 시선은 움직임에 예민했습니다. 이공학적 감각을 예술에 접목한 그는, 기계장치처럼 움직이는 조각을 실험하기 시작했죠. 그의 초기 대표작 〈Cirque Calder〉(1926–1931)은 철사, 천, 코르크, 나무로 만든 작은 인형들이 실제 서커스처럼 움직이는 작품입니다. 칼더는 이 작품을 직접 조명과 음악을 곁들여 공연하며, 예술에 ‘움직임’이라는 시간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이 작은 서커스는 이후 그의 모든 작품 세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Alexander Calder | Calder's Circus |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움직이는 예술, ‘모빌(Mobile)’의 혁명

칼더의 인생을 바꾼 단어, ‘모빌(Mobile)’.

이 이름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붙여준 것이죠. 그의 모빌은 공중에서 부유하며 천천히 회전합니다. 대표작 〈Lobster Trap and Fish Tail〉(1939)은 철사와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대형 구조물로, 뉴욕 현대미술관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빨간색과 검정색 금속판이 공기의 흐름을 타며 바다 생물처럼 유영하는 형상을 연출하죠. 그의 모빌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우주의 리듬과 형을 시각화한 시적 장치였습니다.

Alexander Calder. Lobster Trap and Fish Tail. Roxbury, Connecticut, 1939 |  MoMA

거대한 괴물, ‘스태빌(Stable)’의 탄생

칼더는 공중에서 부유하던 모빌의 개념을, 땅 위의 거대한 구조물로 확장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스태빌(Stable)’입니다. 동료 조각가 장아르프가 칼더의 움직이지 않는 작품을 ‘모빌’과 대비시켜 스테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것입니다.

대표작 〈Flamingo〉(1973)는 시카고 연방광장에 설치된 16미터 높이의 대형 조각으로, 붉은 강철 구조물이 도심의 회색 건축물 사이에서 불길처럼 솟아오릅니다.
또 다른 작품 〈La Grande Vitesse〉(1969)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시청 앞에 세워져 있으며, 도시의 아이콘이자 미국 최초의 공공미술 설치 작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칼더는 이 강렬한 조형물들로 ‘도시가 예술을 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A Brief History Of Chicago's Flamingo
〈Flamingo〉(1973)

예술을 거리로 끌어낸 남자

칼더는 미술관의 벽을 넘어, 예술을 거리로 끌어냈습니다. 그의 작품은 도시의 공기 속에서 사람들과 호흡했습니다. 〈Spirale〉(1958)는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설치된 거대한 검은 조각으로, 마치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소용돌이 같습니다.

또한 〈The Four Elements〉(1961)은 스톡홀름의 한 광장에 세워져,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형상들이 도시의 하늘과 빛을 흡수하는 시각적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냅니다. 그는 예술을 일상의 풍경 속으로 끌어내며, “예술이란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는 것”임을 증명했습니다.

Calder's "Spirale" sculpture and its best friend, the Eiffel Tower
Spirale〉(1958), 작품 앞에 알렉산더 칼더

바람이 지나간 자리, 여전히 움직이는 유산

1976년, 칼더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바람 속에서 춤추고 있습니다. 파리 퐁피두센터의 거대한 모빌, 뉴욕 MOMA의 회전하는 금속들, 시카고 광장의 붉은 구조물—그 어디서든 칼더의 바람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의 조각은 지금도 세상의 공기를 흔들며, 한 가지 진실을 속삭입니다.

“예술이란, 멈추지 않는 것이다.”

21 Facts About Alexander Calder | Contemporary Art | Sotheb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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