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작품 가격, 두 재벌의 힘겨루기? – 피터 도이그(Peter Doig)

경매장을 뒤흔든 한 장면

2007년, 소더비 경매에서 한 작가의 그림이 약 £5.7백만(약 11.3 백만 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살아 있는 유럽 작가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사건은 미술계에 충격을 던졌습니다. 놀라운 점은, 당시 낙찰자는 예술계 내부가 아닌 신흥 컬렉터 집단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은 질문했습니다. “왜 갑자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을까?” 그리고 떠도는 소문 중 하나가 바로 ‘러시아 부호들의 경쟁적 입찰 때문’이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피터 도이그의 대표작 “White Canoe”입니다.

피터 도이그는 1959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트리니다드와 캐나다에서 보냈습니다. 이국적인 풍경과 다양한 문화적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 숲, 그리고 빛의 모티프를 심어주었죠. 런던의 세인트 마틴스 예술학교와 첼시 미술대학에서 공부한 그는, 1990년대 영국 회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며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꿈과 현실을 잇는 풍경화

도이그의 작품은 흔히 “몽환적 풍경”이라 불립니다. 그는 사진, 영화, 기억을 교차시키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장면을 그려냈습니다. 대표작 “White Canoe”(1990–91)는 고요한 호수 위의 카누와 그 반영을 통해 서정적이면서도 불안한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관객은 풍경을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의 기억을 투영하며 작품과 교감하게 되죠. 이러한 회화적 서사 덕분에 그는 종종 에드바르 뭉크와 폴 고갱에 비견됩니다.

경매 직전의 불씨, 두 러시아 억만장자?

도이그는 그 전까지도 일부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름이 있었지만, 그의 시장적 가치는 2007년을 기점으로 단숨에 상승했습니다. 바로 2007년,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그림이 약 £5.7백만(약 11.3 백만 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살아 있는 유럽 작가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Artnet News에 따르면, 당시 가격 폭등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 가격은 두 러시아 올리가르히(억만장자) 간의 입찰 경쟁 때문이라는 해석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보도했죠. 즉, 경매장은 단순한 예술의 장이 아니라 글로벌 부호들의 힘겨루기 무대가 되었고, 도이그의 작품은 그 사이에서 ‘승자 독식’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도이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이제 내 작품에보다 내 작품의 가격만 이야기할 것이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작품은 유명 컬렉터 찰스 사치의 손에서 나왔고, 도이그 본인은 직접 수익을 얻지 못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경매는 그의 이름을 전 세계 컬렉터와 미술관에 각인시켰습니다.

거품을 넘어선 가치

도이그의 경매 기록이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는 점은 미술관 컬렉션에서 확인됩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파리 퐁피두 센터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도이그는 단순히 고가의 거래 대상이 아니라 동시대 회화의 중요한 작가로 제도권의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죠.

2000년대 이후 도이그는 다시 트리니다드로 돌아가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최근 작품은 카리브해 풍경을 반영하며, 초기보다 더 깊어진 색채와 내면적 서사를 보여줍니다. 이제 그는 단순히 시장의 스타를 넘어, 풍경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동시대 거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