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 조각

Artist

내면의 고통과 절규의 그림-​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1953년 작품《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 초상에 대한 연구(Study after Veláz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X)는 단순한 회화가 아닌, 현대 미술과 대중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 아이콘입니다. 이 작품은 고전 회화의 권위를 해체하고, 인간의 내면적 고통을 시각화하며, 심지어 조커(Joker)와 같은 현대 대중문화 캐릭터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b.frame | 비.프레임

두번의 세계대전, 불법 동성애자의 삶

1909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베이컨은 어린 시절부터 1차 세계대전을 겪는 동시에, 엄격한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또한 동성애가 범죄로 여겨지던 시대에 동성애자로 살아야 했습니다. 성 정체성을 깨달아가던 십대 시절, 어머니의 속옷을 훔쳐 입고 거울을 보다가 아버지에게 걸려 두들겨 맞고 쫓겨났습니다. 베이컨은 본래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 되어 온갖 잡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술과 도박에 빠져들었습니다.

2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회화를 시작한 그는, 1944년 작품 ‘십자가 밑의 인물들에 대한 세 가지 연구(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로 주목을 받으며 미술계에 등장했습니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영향을 받은 생물형태와 그리스 신화의 퓨리(Fury)를 결합하여,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 Francis Bacon,  1944 | Tate

고전의 해체: 권위에서 고통으로

베이컨은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의 1650년 작품《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Portrait of Pope Innocent X)을 모티프로 삼아, 약 50점에 달하는 ‘비명 지르는 교황’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그는 원작의 권위적인 이미지를 해체하고, 고통과 절망에 찬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습니다.​

특히,《Figure with Meat》(1954)에서는 교황을 도살된 소의 고기 사이에 배치하여, 인간의 육체성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렘브란트(Rembrandt)의 《도살된 소(Slaughtered Ox)》(1655)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The truth behind Francis Bacon's 'screaming' popes | art | Agenda | Phaidon

조커-베이컨에서 영감을 받은 광기

베이컨의 ‘비명 지르는 교황’ 시리즈는 현대 대중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은 히스 레저(Heath Ledger)가 연기한 조커(Joker) 캐릭터를 만드는데, 베이컨의 그림이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베이컨의 미학이 큰 영감을 주었다고 밝혔습니다.​

“베이컨의 작품은 고통과 광기의 인간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조커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다크 나이트’(2008)의 조커 분장 역시 베이컨의 작품이 영감을 줬다. [사진 워너 브라더스]

또한, 팀 버튼(Tim Burton)의 1989년 영화《배트맨(Batman)에서 조커(잭 니콜슨)가 부하들과 함께 미술관에 난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들은 프린스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렘브란트, 드가, 르누아르의 명화에 사정없이 페인트를 뿌리고 난도질을 합니다. 그러다가 한 그림 앞에 멈춰 서는데, 도축되어 반으로 갈라진 소의 사체가 어둠 속에서 십자가형을 당하는 것처럼 걸려 있고 그 사이에서 교황이 일그러진 얼굴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그림입니다. 부하가 이 그림도 찢으려고 달려들자 조커가 말립니다.

“이건 좀 마음에 드니까 그냥 놔둬.” – 바로 베이컨의 《고기가 있는 풍경(Figure with Meat)》입니다.

영화 ‘배트맨’(1989)에 나오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 [사진: 워너 브라더스]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

베이컨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내면의 고통을 탐구했습니다. 그는 감정과 고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인 왜곡과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큐비즘 등 다양한 미술 사조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는 종종 투명한 박스나 우리 안에 인물을 배치하여, 사회적 억압과 내면의 고통을 상징했습니다. 또한, 검은 배경과 흐릿한 선을 통해 악몽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은 현대 미술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Paintings | Francis Bacon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