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탐방기 ④ 제민천 마을 스테이 봉황재
충남 공주, 무령왕릉의 고요한 역사가 흐르는 이 도시는 최근 조금 특별한 활기로 들썩입니다. 고층 빌딩이나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굽이진 골목 끝자락마다 젊은 창작자들의 웃음소리가 스며나오죠. 그 중심에는 1960년대 지어진 낡은 한옥을 정성스레 고쳐 세운 ‘봉황재’와, 이를 거점으로 지역의 퍼즐 조각들을 맞추는 권오상 대표의 ‘퍼즐랩(PuzzleLab)’이 있습니다.

잊혔던 시간을 기록하는 안식처
권오상 대표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뒤 경기관광공사에서 15년을 근무했습니다. 국내외 관광마케팅 분야 기획 업무로, 흩어져 있는 관광지들을 연결해 관광 코스를 개발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내의 고향인 공주에 놀러온 그는 제민천 주변의 낡은 한옥을 보고 한옥 스테이 운영을 결심한 게 시작이였죠.
나무로 지은 집이라 마당에서 불을 써 요리를 할 수 없기에 손님들에게 마을 내의 좋은 식당을 알려주고, 함께 동네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면서 권오상 대표는 마을 내의 다양한 자원을 파악했고, ‘봉황재’에 없는 F&B 기능 등을 마을 내의 다양한 식당, 공간에서 풀어내는 이른바 ‘마을 스테이’라는 분산형 호텔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2024 Brands Make Local] 02. 공간을 통한 로컬 브랜드 경험 < 행사 < 아보카도 < 칼럼 < 큐레이션기사 - 비로컬ㅣ로컬 창업 생태계를 만듭니다](https://cdn.belocal.kr/news/photo/202408/2243913_12015_5531.png)
퍼즐랩, 로컬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는 법
권 대표의 비전은 봉황재라는 공간의 벽 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곧 ‘퍼즐랩’이라는 기업을 설립하며 공주 원도심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플랫폼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퍼즐랩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이 되고, 골목이 곧 로비가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권 대표는 직접 모든 콘텐츠를 생산하려 욕심내지 않습니다. 대신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들—오래된 빵집, 로컬 서점, 가죽 공방—을 발굴하고 이들을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로컬 브랜드’로 엮어냅니다. 이는 외부의 자본을 투여해 억지로 만든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민의 삶과 외지인의 호기심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누가 멈춰있던 제민천의 시간을 흐르게 했나” 권오상 퍼즐랩 대표 [강은선의 청.바.지(청년 BY 지역)-③] | 세계일보](https://mimg.segye.com/content/image/2024/07/15/ori/20240715502152.jpg)
관광을 넘어 상생으로
퍼즐랩이 주도한 ‘공주에서 한 달 살기’나 ‘로그인 공주’ 프로젝트는 지방 소멸이라는 거창한 담론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권 대표는 단순히 수치를 올리는 관광객 유치보다, 지역과 깊은 유대감을 갖는 ‘관계 인구’를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술가, 개발자, 기획자들이 봉황재에 머물며 공주의 매력에 빠지고, 그들이 다시 자신의 재능을 지역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퍼즐랩의 프로그램을 통해 공주에 정착한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정체되었던 원도심은 이제 ‘로컬 브랜딩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백종원 없이도 유명해진 동네”, “다른 로컬들의 미래”. 《로컬의 빛과 그림자》, 《로컬혁명》 등의 책을 출간한 윤찬영 박사의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충남 공주 제민천은 이른바 ‘로컬’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느슨한 연대’의 가치
권오상 대표는 스스로를 ‘로컬 큐레이터’라 부릅니다. 그는 로컬 브랜딩이 성공하려면 운영자가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뿌리는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언제든 공주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는 것이 퍼즐랩의 핵심 전략입니다.
오래된 한옥의 마룻바닥에 앉아 제민천의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차 한 잔. 그 안에는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감각, 그리고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한 기획자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봉황재와 퍼즐랩이 빚어낸 공주의 풍경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곳은 당신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