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로컬 탐방기 ⑥ 먹빛 바다 위로 흐르는 달콤함, '호텔 카라멜'

1980년대 여관의 화려한 변신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한때 석탄과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곳의 황금기였던 1970~80년대의 정취가 2023년 새로운 감각으로 다시 깨어났습니다. 20년 넘게 해외에서 공간 기획을 해온 조승연 대표는 팬데믹 시기 우연히 마주한 40년 된 낡은 갈색 타일 건물을 보며 ‘밀크 캐러멜’을 떠올렸습니다. 그 직관적인 영감은 ‘호텔 카라멜’이라는 이름으로 박제되었고, 낡은 ‘대림여관’은 이제 묵호의 가장 감도 높은 스테이로 재탄생했습니다.

호텔 카라멜

은색 문 너머의 여행, 카라멜 스테이션

호텔의 은색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묵호의 오래된 추억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교차하는 기묘한 지점에 서게 됩니다.

“많은 보수를 거쳐도 낡은 건물 특유의 느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드센추리 시대의 컬러를 바닥이나 가구에 사용해 공간에 활기를 더했죠. 오랫동안 제가 소장해 왔거나 해외에서 배송된 빈티지 가구들을 놓고, 그와 어울리는 가구도 국내에서 구입해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습니다.”

빈티지 그린 소파와 아날로그 스피커, 그리고 그 위로 깜빡이는 “카라멜 스테이션, 웰컴(Caramel Station, Welcome)” LED 전광판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곳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줍니다. 폭이 좁은 계단, 손때 묻은 나무 난간, 은은한 빛을 머금은 유리 블록은 40년 세월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디자인적 요소로 승화시킨 조 대표의 안목을 드러냅니다.

호텔 카라멜 리셉션 공간

“Meet the Melting Point”

호텔 곳곳에서 마주치는 문구 “멜팅 포인트를 만나다(Meet the Melting Point)”는 이곳의 핵심 가치입니다. 카라멜이 녹아내려 섞이듯 과거와 현재, 도시와 로컬, 그리고 낯선 이들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지점을 지향합니다.

여성 전용 도미토리부터 트윈룸, 투베드룸, 그리고 럭셔리한 휴식을 선사하는 스위트룸까지. 총 10개의 객실은 저마다 다른 농도의 휴식을 제공합니다. 건물에 들어서서 처음 만나는 1층의 ‘카라멜 스테이션’은 낮에는 커피와 간단한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밤이 되면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로 변신하며 목적에 따라 그로서리 숍, 라운지, 카페로 유연하게 사람들을 연결하죠. 지하 공간은 묵호의 창의적인 에너지가 모이는 곳입니다. 소품 판매는 물론, 전시와 요가, 조향 등 원데이 클래스가 열리며 로컬의 문화를 체험하는 깊이 있는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호텔 카라멜
호텔 카라멜 객실
스테이폴리오
호텔 카라멜 1층 카페
OUT NOW] KARAMEL STATION with epigram : 플러스컨텐츠 │ News Room

묵호를 기록하는 방식

호텔 카라멜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묵호를 ‘경험’하게 합니다.

[묵호 필름 투어]
호텔에서 대여해 주는 구형 디지털카메라는 훌륭한 매개체가 됩니다. 바닷바람이 부는 골목, 기차가 무심히 지나가는 철길 등 묵호의 찰나를 셔터에 담다 보면 여행자의 기억은 한 권의 앨범처럼 쌓여갑니다.

[골목 식당 ‘소로로(Sororo)’]
밤이 깊어지면 호텔 앞 골목에 따뜻한 등불이 켜집니다. 호텔에서 직접 운영하는 ‘소로로’는 여행자와 현지인이 어깨를 맞대고 하이볼 한잔을 기울이는 낭만적인 공간입니다. 마라 어묵과 가라아게의 진한 풍미 속에 묵호의 밤은 더욱 깊고 달콤하게 익어갑니다.

동해 묵호역 근처 카페 추천 BEST 5 : 직접 가본 곳과 가보고 싶은 곳 총정리
호텔 카라멜 운영 식당 ‘소로로’

묵호의 미래

호텔 카라멜과 인접한 건물과 연계해 신선하고 밝은 분위기의 골목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려고요.”

조승연 대표는 묵호가 가진 ‘날것의 거칠음’ 위에 ‘카라멜의 유연함’을 덧입혔습니다. 투박한 어촌 마을에서 발견한 이 달콤한 스테이는 이제 묵호라는 지역 전체를 활성화 하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감도를 지향하는 호텔 카라멜. 이곳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냈던 시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타인과 따뜻하게 연결되는 ‘인생의 멜팅 포인트’입니다. 묵호항의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당신의 시간도 이곳에서 카라멜처럼 달콤하게 녹아내리길 바랍니다.

호텔 카라멜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