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당하다 (Banksy-ed)!
“예술은 파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2018년 10월 5일, 영국 런던 소더비(Sotheby’s) 경매장에서 예술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가 벌어졌습니다.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가 104만 2천 파운드(약 16억 원)에 낙찰되는 순간, 작품이 스스로 파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술계는 경악했고, 경매장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제, 그날의 극적인 순간을 하나씩 되짚어 보겠습니다.

최고가 낙찰,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
2018년 10월 5일, 런던 소더비 경매장은 평소보다도 훨씬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날 경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 캔버스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미 거리 예술의 아이콘이었으며, 캔버스로 나온것은 처음이였기에 이번 경매에서 높은 낙찰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었습니다.
경매 진행자는 강단에 서서 경매 시작을 알렸고, 순간적으로 손들이 올라갔습니다. 입찰가가 빠르게 올랐고,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한 명의 입찰자가 104만 2천 파운드(한화 약 16억 원)에 낙찰을 확정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 경매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 그리고 파괴가 시작되다
낙찰이 확정되자마자, 경매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기계음이 들려왔습니다.
“삐——익!”
그리고 곧, ‘풍선을 든 소녀’ 캔버스의 하단이 천천히 액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작품 절반이 가늘게 잘린 채 액자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경매장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바라보며 서로를 쳐다보았고, 곳곳에서 “이게 지금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라는 속삭임이 터져 나왔습니다. 일부는 경악하며 입을 틀어 막았고, 일부는 “이것이야말로 뱅크시다!” “우리는 뱅크시 당했다(Banksy-ed)!라며 흥분했습니다.
그 순간, 예술 경매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퍼포먼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예술인가, 사기인가? 엇갈린 반응
이 장면은 예술계와 경매 시장을 발칵 뒤집었습니다.
- “이건 경매 사기다!” – 일부 미술계 인사들은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이 즉시 훼손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 주장했습니다.
-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다!” – 반면, 많은 이들은 뱅크시가 ‘예술의 소유’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혁명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더비 측도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 작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낙찰자는 여전히 구매를 원할 것인가?”
이러한 논란 가운데, 뱅크시는 즉시 자신의 유투브에 제작 과정과 현장의 반응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것은 사전 계획된 것이다” – 뱅크시의 반전 영상
경매가 끝난 후,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 파괴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에는 그가 몇 년 전부터 작품의 액자 내부에 파쇄기를 몰래 설치해 두었음을 시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 뱅크시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남겼습니다.
“몇 년 전, 내가 이 작품을 만들 때, 경매에 나올 날을 대비해 파쇄기를 설치했다.”
즉, 이번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가 아니라, 오히려 철저히 계획된 예술 퍼포먼스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반전이 있었습니다. 뱅크시의 의도는 작품을 완전히 파쇄하는 것이었지만, 예상과 달리 절반만 찢어진 채 멈췄던 것입니다. 영상 마지막에는 “연습 때는 항상 다 찢어졌는데…”라는 자막이 등장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실패한 파괴’가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사랑은 쓰레기통에’로 재탄생하다
이후 소더비 측은 찢어진 작품을 ‘Love is in the Bin(사랑은 쓰레기통에)’이라는 새로운 작품으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낙찰받은 익명의 수집가는 결국 구매를 철회하지 않고 소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으로 인해 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놀랍게도, 2018년 16억 원에 낙찰되었던 이 작품은 3년 후 2021년 재경매에서 무려 253억 원(1,850만 파운드)에 낙찰되며 가치가 15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뱅크시가 예술의 시장 논리를 조롱하기 위해 실행한 파괴 퍼포먼스가, 역설적으로 작품의 시장 가치를 폭등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뱅크시는 예술을 어떻게 바꿨는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예술과 시장, 창작과 소유, 그리고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예술 작품은 소유될 수 있는 것인가?
- 예술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예술이 파괴되는 순간,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뱅크시는 이 모든 질문을 단 한 번의 퍼포먼스로 던졌으며,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현대미술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순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예술 작품은 진짜 당신의 것인가?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