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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Banksy)의 정체, 우크라이나에서 잡힌 '데이비드 존스'

전 세계를 무대로 게릴라식 예술 활동을 펼쳐온 뱅크시(Banksy)의 신비주의가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와 로이터 통신의 집요한 추적 끝에 그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그가 로빈 거닝엄(Robin Gunningham)이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데이비드 존스(David Jones)’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세탁해온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우크라이나 호렌카의 목격자들과 의문의 동행

뱅크시의 정체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는 2022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호렌카 마을에서 포착되었습니다. 당시 목격자들은 마스크를 쓴 남성 두 명이 순식간에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중 한 명은 한쪽 팔이 없고 의족을 한 상태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인물은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을 입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자일스 둘리(Giles Dulle)로 추정됩니다. 로이터는 둘리가 영국 밴드 ‘매시브 어택’의 로버트 델 나자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입국했으며, 이들과 동행한 ‘데이비드 존스’라는 인물이 바로 뱅크시임을 지목했습니다.

Is Banksy actually Robert Del Naja of Massive Attack? - nss magazine
뱅크시라는 의심을 받아왔던 영국 밴드 ‘매시브 어택’의 로버트 델 나자

여권 기록과 자필 자백서가 증명하는 실체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입국 기록을 분석한 결과, 데이비드 존스의 여권상 생년월일이 과거 뱅크시로 지목되었던 로빈 거닝엄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2000년 미국 뉴욕에서 옥상 광고판 훼손 혐의로 체포되었던 당시 로빈 거닝엄이 작성한 자필 자백서를 확보해 필적과 신원을 대조했습니다. 2008년 영국 언론이 처음 제기했던 ‘거닝엄 설’ 이후, 그는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법적으로 이름을 바꾸고 치밀한 이중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Banksy pictured in only known photos of elusive artist
로빈 거닝엄이자 데이비드 존스

‘페스트 컨트롤’과 법적 증거의 결합

뱅크시의 신비주의가 무너진 또 다른 축은 그가 설립한 작품 인증 기관 ‘페스트 컨트롤(Pest Control)’과 관련된 법적 분쟁입니다. 저작권과 명예훼손 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기밀 서류들은 로빈 거닝엄이라는 실명을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익명성을 무기로 활동해온 예술가가 역설적으로 자신의 경제적 권리인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면을 벗게 된 셈입니다.

뱅크시 측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방패”

이러한 구체적인 증거들에 대해 뱅크시 본인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다만 그의 변호사 마크 스티븐스는 성명을 통해 “조사 내용의 상당 부분이 부정확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뱅크시는 오랜 기간 집착적이고 위협적인 스토킹에 시달려왔다”며, “익명이나 가명으로 활동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보복이나 검열의 두려움 없이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장치“라고 강조하며 뱅크시의 정체 공개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Banksy For Ukraine: New Murals of Solidarity | MyArtBroker | Article
2022년 11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괴된 마을 곳곳에 7점의 벽화를 그린 뱅크시의 작품 중 하나

예술적 가치와 법적 책임의 갈림길

정체가 확정되면서 뱅크시라는 브랜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익명성’이 주는 신비로운 매력은 일부 감소할 수 있으나, 그가 지켜온 예술적 철학에 대한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동시에 정체가 밝혀진 이상 과거의 벽화 작업들에 대한 재물손괴 혐의 등 법적 책임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예술계의 시선은 ‘얼굴 없는 화가’가 아닌, 인간 ‘로빈 거닝엄’ 혹은 ‘데이비드 존스’가 던질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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