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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소녀 ‘미라이짱’-카와시마 코토리(Kawashima Kotori)

카와시마 코토리는 일본 사진계에서 ‘순간을 가장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2011년 발표한 사진집 ‘미라이짱’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가섬에서 자라는 한 소녀 ‘미라이’를 2년 동안 촬영한 연작으로, 그녀의 꾸밈없는 표정과 생생한 감정을 포착한 사진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사진 속 미라이짱은 볼이 빨갛게 상기된 채 웃거나,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밥을 먹는 모습, 바닷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서 있는 모습, 옷을 대충 걸쳐 입고 장난을 치는 모습 등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일상이 가득합니다. 마치 우리가 유년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Kawashima Kotori - The Art of Candid Photography
Kotori KAWASHIMA - 川島小鳥 | shashasha - Photography & art in books

카와시마 코토리는 이 시리즈를 위해 짧게는 3일, 길게는 열흘 동안 사도섬에 머물며 미라이짱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특별한 연출 없이, 그녀가 자연스럽게 행동할 때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진은 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미라이짱이 친구들과 뛰어노는 순간, 햇살 속에서 눈을 찡그리며 웃는 얼굴,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까지—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쉽니다.

이 작품은 발표 이후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카와시마 코토리는 제42회 일본사진협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사란란〉, 사랑과 사람을 담은 전시

이번 전시〈사란란〉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사랑’과 ‘사람’을 결합한 단어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카와시마 코토리는 서울에 대한 애정이 깊으며, 그 감정을 담아 이번 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전시는 서울미술관 별관 M2의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09점의 작품으로 구성됩니다. 미라이짱 시리즈를 비롯해, 작가가 직접 암실에서 인화한 젤라틴 실버 프린트와 C-Print 방식의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또한, 미라이짱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촬영한 ‘Vocalise’ 시리즈도 공개됩니다. 이 시리즈는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미라이짱의 시선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 ‘사랑랑’은 서울을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2023년부터 서울을 오가며 서촌, 을지로, 한강 등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하였습니다.

또한, 전시에서는 한국 싱어송라이터 우효와 협업한 영상 작업도 함께 선보입니다. 그녀의 곡 ‘돌아온 울고있을레게’를 배경노래로 함께 제작된 이 뮤직비디오는 <사랑랑>은 카와시마 코토리의 첫 영상 작업으로, 사진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색다른 감상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사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순간들

카와시마 코토리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그의 작품은 순간을 포착하는 힘을 통해 우리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우리가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웁니다. ‘미라이짱’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어릴 적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의 사진에는 꾸밈이 없습니다. 연출된 모습도, 화려한 배경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들은 사진 속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과 함께 웃고, 함께 아련해집니다.

이번 〈사란란〉 전시는 단순한 사진전이 아닙니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감성적인 시간 여행이 될 것입니다. 전시는 서울 석파정 미술관에서 2월 26일부터 10월 12일까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은 오후 5시까지 가능합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입니다.

이 특별한 전시에서 카와시마 코토리의 따뜻한 시선과 마주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당신의 마음속에도 ‘미라이짱’이 살아 숨 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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