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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루이스 사운더스, 화학적 자아를 그리다

1. 캔버스 위에 펼쳐진 뇌 내 망상(Delusion)의 지도

예술가는 때때로 진실을 보기 위해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퍼포먼스 아티스트 브라이언 루이스 사운더스(Bryan Lewis Saunders)처럼 자신의 신경계를 전시장으로 만든 이는 드뭅니다. 1995년부터 매일 자화상을 그려온 그는 2001년,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수십 가지의 서로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그 환각의 정점에서 거울 속 자신을 기록하는 것이었죠.

Bryan Lewis Saunders' drug-fuelled self-portraits - video | Art | The  Guardian
담배를 피고있는 브라이언 루이스 사운더스 (Bryan Lewis Saunders)

럭셔리한 ‘광기’ 혹은 ‘실험’

사운더스의 자화상은 약물이 뇌의 인지 구조를 어떻게 비트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인 데이터입니다. 그는 각기 다른 화학 성분이 자신의 신경망에 접속할 때마다 전혀 다른 화풍을 구사했습니다.

자나토스 (Xanax)
불안을 잠재우는 이 신경안정제는 그의 손끝에서 ‘선의 침묵’으로 나타납니다. 날카롭던 형태는 뭉툭해지고, 색채는 채도가 낮아진 파스텔 톤이나 무채색으로 가라앉습니다. 마치 모든 자극으로부터 차단된 듯한, 무기력하면서도 기묘하게 평온한 자아를 형상화했습니다.

Trip-Bilder: Selbstporträts im Drogenrausch | Kurier
자나토스 (Xanax)

실로시빈 (Psilocybin – 환각 버섯)
‘매직 머쉬룸’으로 불리는 이 성분은 캔버스를 폭발적인 기하학적 패턴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사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소용돌이가 자화상의 안면을 타고 흐릅니다. 자아가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되거나 해체되는 강렬한 환각적 색채의 향연이 특징입니다.

환각버섯(실로시빈)

아빌리파이 (Abilify)
조현병 치료제로 쓰이는 이 약물은 자아를 ‘파편화’했습니다. 형체는 여러 겹으로 겹쳐지거나 조각난 유리 파편처럼 표현되었으며, 이는 약물이 사고의 흐름을 강제로 제어하거나 분산시킬 때 느끼는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투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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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대가, 신경계의 파괴와 무기력의 늪

이 찬란하고도 기괴한 자화상 뒤에는 아티스트가 감내해야 했던 처절한 파괴가 있었습니다. 사운더스는 수년간 지속된 이 무모한 실험으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뇌 손상을 입었음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실험 도중 심각한 기면증과 기립성 저혈압에 시달렸으며, 때로는 몇 주간 지속되는 만성적 무기력증에 빠져 붓조차 들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인위적인 화학 물질에 의해 교란되면서, 그는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상실하는 정신적 황폐화를 겪었습니다. 이는 예술적 성취를 위해 자신의 생물학적 생존권을 담보로 내건, 일종의 ‘살을 깎는 수행’과도 같았습니다.

Art of Darkness - interview

‘범법자’와 ‘구도자’ 사이의 시선

사운더스의 작업은 발표와 동시에 예술계와 대중 사이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장 큰 비난은 그가 불법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중은 그가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마약 사용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도덕적 우려와 함께, 그의 행위를 예술적 탐구가 아닌 ‘자기 파괴적인 선정주의’로 치환하려는 부정적인 반응이 거셌습니다.

반면 평단에서는 그를 ‘정신의 한계를 시험한 현대의 구도자’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거창한 수식 없이 오직 결과물로만 약물의 실체를 고발했다는 점, 그리고 현대인이 의존하는 처방약의 위험성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증명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가장 정직한 임상 데이터이자, 가장 처절한 예술적 고해성사”라는 극찬이 따랐습니다.

Artists Who Work Under Extreme Conditions - TheArtGorgeous

아트의 본질적 가치

브라이언 루이스 사운더스의 작품은 이제 단순한 ‘약물 자화상’을 넘어 인간의 연약한 정신 구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은 단지 독특한 그림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금기시했던 영역을 정면으로 마주한 한 인간의 ‘투쟁의 기록’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EDITOR’S NOTE] 그는 현재 뇌 건강을 위해 실험의 강도를 대폭 낮추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이나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만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괴를 통해 창조를 이끌어낸 그의 예술적 순례는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The Extraordinary Self Portraits of Bryan Lewis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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