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 조각

Artist

사랑과 상실이 녹아든 사탕-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elix Gonzalez-Torres)


보이지 않는 이방인,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예술은 이방인의 삶에서 피어난 절규였습니다. 그는 1957년 쿠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였고, 동시에 동성애자였으며, 1980~90년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배제된 존재 중 하나였던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당시 뉴욕은 화려한 예술과 자유의 도시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에이즈 위기를 외면하는 정부와 사회, 그리고 동성애자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가 존재했습니다. 곤잘레스 토레스는 그 압박 속에서 정체성과 병을 숨기지 않고 예술의 전면으로 끌어냈습니다.

무제(초상, Ross)〉

가장 유명한 작업 중 하나인 〈무제(초상, Ross)〉는 연인 로스 레이콕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79kg의 사탕 더미는 로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의 체중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관객은 사탕을 가져가며 작품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전시는 끝없이 보충되지만 완벽히 동일한 상태로 되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이는 에이즈로 연인을 잃은 개인적 상처이자, 사회가 외면했던 성 소수자와 질병에 대한 집단적 침묵을 드러내는 행위였습니다. 사탕의 달콤함 뒤에는 부재의 씁쓸함이 겹쳐지고, 관객의 참여는 추모의 의식을 완성하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Felix Gonzalez-Torres — Portland Museum of Art

무제(완벽한 연인들): 시간을 멈춘 두 개의 시계

〈무제(완벽한 연인들, Untitled (Perfect Lovers)〉은 두 개의 시계가 나란히 벽에 걸려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완벽히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며, 마치 사랑하는 두 연인의 심장 박동처럼 완벽한 일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계의 특성상 시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하나는 멈추고, 다른 하나만이 외롭게 계속해서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이 작품 또한 연인 로스 레이콕과 함께한 사랑의 초상화이자, 에이즈로 연인을 먼저 떠나보낸 곤잘레스 토레스의 극한의 상실감을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이 단순한 제스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필연적인 부재의 순간을 직면하게 하고, 동시에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영속성을 역설합니다. 전시장에 걸린 두 개의 시계는 관객에게 연인의 얼굴처럼 다가오고, 그 균열의 순간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경험할 상실의 메타포로 남습니다.

Felix Gonzalez-Torres - Artworks & Biography | David Zwirner

소수자의 예술, 정치가 된 사적인 기록

쿠바계 이민자이자 동성애자였던 그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타자’로 밀려났습니다. 예술 제도는 백인 남성 중심이었고, 동성애와 에이즈는 금기였습니다. 그의 작업은 늘 개인적 서사에서 출발했지만, 동시에 정치적 맥락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1980~90년대 뉴욕의 활발한 퀴어 운동과 에이즈 위기 속에서 활동하며, 예술을 사회적 저항의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저항은 거칠지 않았습니다. 사탕, 빛, 종이 같은 부드러운 사물들이 오히려 날카로운 정치적 메시지를 품고 있었기에, 관객은 더 깊이 사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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