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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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대리석-베르니니(Bernini)《페르세포네의 납치》

대리석 조각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본 적 있나요?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이 질문의 답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 남성이 여성을 껴안고 납치하듯 끌어안은 이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은, 잔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가 단 23세에 조각한 《프로세르피나의 납치(The Rape of Proserpin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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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납치, 그리고 지하세계 — 프로세르피나 이야기의 정수

《프로세르피나의 납치》는 로마 신화의 대표적인 ‘지하세계 신화’에서 출발합니다.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는 어느 날 꽃을 따고 있는 지상계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에게 반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강제로 지하세계로 납치, 자신의 신부로 삼습니다.

이 신화는 단순한 납치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시작을 설명하는 알레고리입니다. 페르세포네는 매년 봄이 되면 지상으로 돌아오고, 겨울이 되면 다시 지하로 내려가는 운명을 가집니다. 그녀의 귀환은 봄의 시작이고, 이별은 겨울의 도래입니다.

하지만 베르니니는 이 신화를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절정의 순간으로 끌어올립니다.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의 허리를 움켜쥐는 그 ‘찰나’, 신의 욕망과 여신의 공포, 인간의 비극이 한데 얽혀 있습니다.

The rape of Proserpina by Bernini at the Borghese gallery

천재 소년, 바티칸을 뒤흔들다 — 베르니니의 인생과 예술 철학

잔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는 바로크 예술을 창조한 천재이자, 바티칸의 대표적 건축을 설계한 거장입니다. 베르니니는 나폴리에서 조각가인 피렌체 출신의 피에트로 베르니니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베르니니는 7살이라는 아주 어린나이부터 로마에서 몇 개의 큰 사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거기서 어린 베르니니의 재주는 화가 안니발 카라치와 교황 바오로 5세의 눈에 들게 되고, 교황의 사촌이었던 시피오네 보르게세 추기경이 그를 전폭적으로 후원하게 됩니다. 

또한 베르니니는 바티칸의 아주 대표적 건물인 성베드로 대성전의 앞 광장을 설계합니다. 베르니니는 성 베드로 대성전을 설계하면서, 가톨릭교회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있다는 뜻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머리로 두고, 반원형의 회랑 두 개를 팔로 묘사함으로써 성 베드로 대성전이 두 팔을 벌려 사람들을 모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성베드로 광장

그의 예술 철학은 간단합니다.

“감정이 없는 조각은 죽은 돌이다.”

그는 조각이 단순히 형태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적인 연극성을 띠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다비드》에서는 돌팔매질 직전의 긴장감을, 《성녀 테레사의 환희》에서는 신비 체험의 절정을, 그리고 《프로세르피나의 납치》에서는 폭력과 아름다움의 충돌을 실현해냈습니다.

베르니니, 다비드, 보로게제미술관, 로마
베르니니-다비드

보르게세 미술관과 공원-조각이 숨 쉬는 로마의 낙원

《프로세르피나의 납치》는 현재 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에 상설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미술관은 17세기 보르게세 가문의 추기경 스키피오네 보르게세가 설립한 공간으로, 베르니니를 포함해 카라바조, 티치아노,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보고로 꼽힙니다.

미술관 내부에는 베르니니의 조각들이 방 하나하나에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입장 시 《프로세르피나의 납치》가 가장 먼저 관객을 압도합니다. 손가락에 파인 살결, 공포에 질린 프로세르피나의 표정, 흩날리는 머리카락 하나까지. 마치 조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연극 무대에 서 있는 느낌을 줍니다.

미술관은 ‘보르게세 공원(Villa Borghese)’ 안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공원은 로마 최대 규모의 녹지로, 조각정원, 인공 호수, 자전거길, 동물원, 파노라마 전망대 등 문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도심 속 오아시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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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의 조각이 만들어낸, 신화와 인간의 경계선

《프로세르피나의 납치》는 대리석으로 조각된 단 하나의 정지된 순간이지만, 그 안에 계절, 신화, 욕망, 폭력, 눈물, 저항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베르니니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시간의 캡슐’을 만든 셈입니다.

로마를 방문하게 된다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장소가 바로 이곳입니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한가운데서, 대리석이 눈물 흘리는 순간을 직접 목격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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