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 조각

Art News

서양미술사 ① – 신에서 인간으로,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형식을 지배한 신의 얼굴,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BC 4,000~)

서양미술의 기원은 신의 권위와 영원의 개념을 시각화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됩니다. 고대 이집트 미술은 내세를 위한 기능성과 형식화된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결합된 세계였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네페르티티 흉상, 그리고 벽화로 장식된 룩소르의 신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익명의 장인들이 제작했지만, 개인 작가보다 체계와 질서가 우선시되는 시기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람마수 석상, 우르의 깃발, 지구라트 벽 부조 등이 남아 있으며, 이 역시 신권과 왕권의 결합, 영속적 통치를 시각화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직 ‘작가’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고, 예술은 기능적·상징적 조형 언어로 간주되었습니다.

Egyptian art and architecture | Facts, Introduction, Focus, Description,  Characteristics, & History | Britannica

이상을 향한 인체 조각, 고대 그리스의 미학 혁명 (BC 1,100~146)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는 예술을 통해 이성과 조화, 그리고 이상적인 인간상을 추구했습니다. 폴리클레이토스는 인체의 황금비를 제시한 이론서 카논을 바탕으로 창 던지는 사람(Doryphoros)을 제작하며, “완벽한 신체 비례는 아름다움 그 자체”라는 철학을 시각화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칼로스 카가토스'(아름다움은 곧 선함)라는 이상 아래, 인간의 비례미를 강조하는 예술 사조로 이어졌습니다.

피디아스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 총감독으로, 제우스상, 아테나 파르테논 같은 신적 존재를 인간처럼 형상화하여 인본주의적 사고를 확산시켰습니다. 고전기 후반에는 프락시텔레스의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처럼 감성적이고 유연한 여성 누드 조각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그리스 미술이 단지 이상적 육체를 넘어서 감정과 성적 상징까지 수용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Spear Bearer Doryphoros - An Analysis of This Famous Greek Sculpture
창 던지는 사람(Doryphoros)

현실과 권력의 재현, 고대 로마 미술 (BC 753~AD 476)

로마 미술은 그리스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현실주의와 권력의 과시를 강조하며 더 명확한 정치적 목적과 사실적 표현에 집중합니다. 로마 초상조각은 노화, 흉터, 굳은 인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개인의 권위와 역사성을 강조하는 기능을 갖추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라야누스 황제의 흉상, 아우구스투스의 프리마 포르타 상, 하드리아누스 조각상 등이 있습니다.

건축 부문에서는 트라야누스 기둥과 티투스 개선문, 콜로세움 등이 대표적이며, 이는 로마 제국의 정복 서사와 기술력, 행정적 질서를 시각적으로 체현한 공간이었습니다. 이 시기에도 작가보다는 건축가나 감독자 중심의 집단 제작이 이루어졌습니다.

프리마 포르타의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로마 동상 3D 모델 $99 - .3ds .blend .c4d .fbx .max .ma .lxo  .obj .upk .unitypackage - Free3D
아우구스투스 <프리마 포르타 상>

신앙의 어둠 속에서 피어난 중세 기독교 미술 (3~12세기)

기독교 세계관이 미술의 전면에 등장하며, 중세 기독교 예술은 신성한 계시를 전달하는 ‘성스러운 텍스트의 대체물’이 됩니다. 이 당시 등장한 비잔틴 미술은 종교적 표현에 집중되었으며, 엄격한 교회 신학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이 제작되었습니다. 비잔틴 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산 비탈레 성당 모자이크 (Mosaics of San Vitale),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황금빛 후광에 둘러싸인 성인들을 묘사한 이콘(성상)들이 있습니다.

로마네스크 시대에는 작가 이름은 여전히 희미하지만, 프랑스 오툉 대성당의 조각가 질베르투스(Gislebertus)는 최후의 심판을 정면에 배치한 대담한 형상으로 구원의 메시지를 위협적이면서도 서사적으로 구성했습니다.

The San Vitale Apse Mosaic: Detail, Christ Regnant
산 비탈레 성당 모자이크 (Mosaics of San Vitale)

하늘을 향한 구조물, 고딕 시대의 상승 욕망 (12~15세기)

고딕 시대에는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와 장식 조각가들이 이름 없이 활동했지만, 사상적 예술 기획자로서의 존재감은 뚜렷했습니다. 샤르트르 대성당의 장미창, 노트르담 대성당의 고딕 아치들은 빛을 신의 존재로 삼는 구조적 신학이었습니다. 수직적인 상승감을 강조하는 건축 양식,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조각, 그리고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가 뚜렷한 특징입니다.

조각은 이전보다 인간의 감정을 묘사하기 시작하며, 무명의 조각가들이 만든 성모자의 비애, 예수의 수난 장면 등은 신의 고통을 인간적으로 해석하는 전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cpbc News : 프랑스 청년 순례지·성모 신심의 본산 샤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
샤르트르 대성당

이성의 원근과 해부의 미학, 르네상스의 도래 (14~16세기)

르네상스는 중세의 질서에서 벗어나 이성과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중심이 되는 시기입니다. 14세기 말 피렌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단순한 양식 변화가 아닌, 사고방식의 총체적 혁명이었습니다. 예술은 더 이상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가 아니라, 세계의 원리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지적 행위가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초기,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 대성당의 돔과 원근법 이론으로, 공간을 수학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회화적 시야를 열었습니다. 마사초는 성삼위일체, 세금 납부, 아담과 이브의 추방 등을 통해 사실적 인체와 원근의 심도를 회화에 도입하며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 봄(La Primavera) 등에서 신화적 서사와 기독교적 상징이 어우러진 시적 회화를 창조했으며, 이 시기에는 작가의 개성이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르네상스의 절정기라 볼 수 있는 15~16세기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과학과 예술, 철학이 일체화된 통합적 사고를 보여주며,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해부도 등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빛과 그라데이션, 내면 심리 묘사를 통해 회화를 정신의 거울로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미켈란젤로는 인체를 통해 신의 힘과 인간의 고통을 동시에 형상화하여 다비드 상,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최후의 심판 등을 남겼고,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 갈라테이아의 승천, 성모자 연작 등을 통해 고전적 조화와 기독교 이상, 회화의 균형미를 완성하며 르네상스 회화의 총결산을 이룹니다.

파일:"The School of Athens" by Raffaello Sanzio da Urbino.jpg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라파엘로<아테네 학당>

북유럽의 상징과 현실, 북방 르네상스 (15~16세기)

한편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고전 복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북유럽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세부 표현과 상징성이 강조된 북방 르네상스가 발전했습니다. 북유럽 르네상스에서는 얀 반 에이크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겐트 제단화에서 극사실주의적 세부묘사와 상징적 코드를 결합했습니다. 그는 유화의 혁신자로, 광택과 질감, 반사광을 통해 시각적 사실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쾌락의 정원에서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인간 본성과 죄의식을 형상화했으며, 이후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로 재조명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