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만나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아르코미술관 한국관 귀국전
‘집’이 된 파빌리온을 다시 읽다
1995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국가관, 한국관이 어느덧 건립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제1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의 서막을 알리는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은 지난 30년간 수많은 전시를 품어온 이 파빌리온을 중립적인 전시 공간이 아닌, 하나의 유기적인 ‘집’이자 생명체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정다영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한국관의 건립 계기와 지나온 시간을 조명하며, 그 물리적 실체에 겹겹이 쌓인 다층적인 의미를 연구와 시각물로 풀어냅니다.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국 건축의 국가적 정체성이 담긴 공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탐색하는 비평적 시도입니다.

‘Unbuilding’: 잘 헤어지기 위한 건축적 태도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언빌딩(Unbuilding)’입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파괴나 철거가 아니라, 수명이 다한 부재를 어떻게 다루고 이미 존재하는 건축물을 어떻게 유지하며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실무적이고 태도적인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짓는 ‘개발’ 중심의 건축에서 벗어나,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하는 것은 기후 위기 시대의 건축이 마주한 중대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전시는 한국관의 역사적 궤적을 훑으며,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 대한 진중한 예우를 보여줍니다.

주요 전시 구성 및 참여 작가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펼쳐지는 귀국전은 베니스에서의 경험을 확장하여 두 개의 층위로 구성되었습니다.
1. 아카이브와 공론의 장 (1층)
한국관의 건축 및 전시사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비평적으로 편집한 작업들이 전시됩니다.
건축가 김석철과 프랑코 만쿠조의 원본 도면을 포함하여, 지난 30년간 한국관에서 열린 전시들의 기록을 통해 국가관의 존재 의미를 되묻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 기간 중 다양한 토크와 워크숍이 열리는 공론장으로서 기능합니다.

2. 예술적 재해석과 실천 (2층)
참여 작가들은 ‘한국관’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각자의 매체로 재해석합니다.
- 김현종 (건축가): 한국관의 물리적 요소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설치 작품을 선보입니다.
- 박희찬 (사진가): 한국관의 구석구석을 정밀하게 기록하여 보이지 않는 공간의 서사를 포착합니다.
- 이유미 (건축가): 장소의 역사성과 생태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건축적 제안을 보여줍니다.
- 정소영 (미술가): 지정학적 맥락과 물질성을 연결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관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합니다.


두꺼비가 건네는 은유: 흙놀이와 원시적 공간
전시의 제목이자 중심 축인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는 집짓기 놀이의 구절을 넘어 건축의 원형을 향한 은유적 틀로 작용합니다. 손등 위에 모래를 덮어 집을 짓는 행위는 폴리(Folly)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그로토(Grotto, 인공 동굴)’를 연상시킵니다.
전시의 숨은 화자로 등장하는 ‘두꺼비’는 변화와 재생의 상징입니다. 두꺼비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한국관이 자리한 자르디니 공원의 나무, 땅, 하늘, 바다와 같은 오래된 공통 유산들을 새롭게 환기하게 됩니다. 이는 인간 중심의 건축을 넘어 생태적 유산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EXHIBITION INFO
- 전시명: 제1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 서울 전시 기간: 2024년 12월 12일(목) – 2025년 2월 16일(일)
- 장소: 서울 아르코미술관 (종로구 대학로)
- 관람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