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술관 ⑫ 지하 암반을 깎은 호주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호주 남단의 섬 타즈매니아, 주도 호바트(Hobart)에서 페리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강변 언덕 위로 기묘한 대칭을 이루는 건축물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MONA(Museum of Old and New Art)는 지상이 아닌, 수천 년 된 사암층을 수직으로 깎아 내려간 지하 17미터 아래에 본체를 숨기고 있습니다. 이곳은 “섹스와 죽음”이라는 금기된 테마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던진, 가장 불온하고도 매혹적인 예술의 요새입니다.

도박사에서 예술의 반항아로
MONA의 설립자 데이비드 월시(David Walsh)는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미스터리한 인물입니다.
타즈매니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월시는 천재적인 수학적 재능을 카지노와 경마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는 알고리즘을 활용한 도박 시스템을 개발해 전 세계 카지노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부를 일구었습니다. 스스로를 “운 좋은 도박사”라 부르는 그는, 그 자본을 바탕으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파격적인 컬렉션을 구축했습니다.
월시는 기존 미술관들의 고결한 척하는 위선과 지루한 큐레이션에 반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박제된 지식이 아닌, 인간의 본능과 날것의 감정을 일깨우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2011년, 사재 약 7,500만 달러를 투입해 문을 연 MONA는 그의 개인적인 놀이터이자, 주류 미술계를 향한 거대한 냉소와도 같습니다. 월시는 미술관 운영 방식조차 파격적입니다. 작품 옆에 흔한 설명판(Lable) 대신 ‘O’라고 불리는 전용 단말기를 제공해 관람객이 작품에 대해 ‘좋아요’ 혹은 ‘싫어요’를 투표하게 하거나,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냉소적인 코멘트를 읽게 합니다.

암반을 뚫고 세운 현대적 카타콤
MONA의 설계를 맡은 펜더 카찰리디스(Fender Katsalidis)는 멜버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호주의 대표적인 건축 그룹입니다. 이들은 초고층 빌딩과 복합 문화 공간 설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멜버른의 랜드마크인 ‘유레카 타워(Eureka Tower)’와 ‘오스트레일리아 108’을 설계하며 호주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주역입니다. 특히 유레카 타워에서는 금색 유리와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도시적 화려함을 뽐냈던 반면, MONA에서는 정반대로 ‘땅속으로 침잠하는’ 겸손하고도 강렬한 공간감을 선보였습니다.

내부의 가장 강력한 시각적 요소는 노출된 사암 암벽입니다. 지하 17미터까지 수직으로 깎아 내려간 절단면의 질감과 문양은 그 자체로 거대한 대지 예술이 됩니다. 창문 하나 없는 어두운 지하 공간은 고대의 카타콤(지하 묘지)을 연상시키며 관람객을 압도합니다.
정해진 관람 방향이 없는 구조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길을 잃게 만듭니다. 나선형 계단과 녹슨 철제 구조물,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거대한 전시실은 예술을 감상하는 행위를 일종의 ‘발굴 작업’으로 변모시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노골적인 질문
빔 델보예(Wim Delvoye) – 클로아카 프로페셔널(Cloaca Professional)
벨기에의 개념 미술가 빔 델보예의 대표작입니다. 인간의 소화 기관을 정교하게 모사한 대형 기계로, 실제 음식을 투입하면 산과 효소로 분해하여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배설물을 만들어냅니다. 생명 공학과 기계 문명, 그리고 예술의 신성함을 조롱하는 이 작품은 MONA를 상징하는 가장 불쾌하면서도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그레그 테일러(Greg Taylor) – 150개의 여성 외음부 조각
‘Cunts… and other white lies’라는 직설적인 제목의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석고로 본떠 벽면 가득 전시합니다. 신체의 다양성을 긍정하는 동시에 사회적 금기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다크 모포(Dark Mofo): 타즈매니아의 긴 겨울을 밝히는 어둠의 축제
MONA가 호주를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매년 6월 겨울(남반구의 겨울)에 열리는 ‘다크 모포(Dark Mofo)’ 축제의 역할이 컸습니다. MONA가 주최하는 이 축제는 ‘겨울의 어둠’을 기념하는 고대 이교도의 풍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호바트 전역에서 약 2주간 열리며, 기괴하고 도발적인 퍼포먼스, 강렬한 조명 설치, 음악 공연 등이 이어집니다.
동지(Winter Solstice) 아침, 차가운 타즈매니아 바다에 수천 명이 알몸으로 뛰어드는 ‘Nude Solstice Swim’은 축제의 정점이자 새로운 탄생을 상징하는 의식입니다. 이 축제는 쇠락해가던 타즈매니아의 겨울 관광 시즌을 완전히 부활시켰으며, 전 세계에서 ‘어둠의 예술’을 즐기려는 힙스터와 컬렉터들을 호바트로 불러 모읍니다.

[Travel Info]
- 위치: 655 Main Rd, Berriedale TAS 7011, Australia
- 건축: 펜더 카찰리디스 (Fender Katsalidis)
- 특징: 도박사 데이비드 월시의 사재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사립 미술관. 지하 암반 건축.
- 팁: 호바트 선착장에서 MONA 전용 페리(MR-1)를 타고 접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페리의 ‘포시 피트(Posh Pit)’ 섹션을 예약하면 샴페인과 간식을 즐기며 럭셔리한 항해를 즐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