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조각

Artist

세상을 비트는 한 방울의 유머, 막스 지덴토프(Max Siedentopf)

세상은 넓고 예술가는 많지만,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한가운데에 태양광 발전기로 작동하는 스피커를 설치해 ‘Toto’의 노래 ‘Africa’를 무한 재생하는 작가는 단 한 명뿐일 것입니다. 바로 나미비아 출신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막스 지덴토프(Max Siedentopf)입니다. 그는 지루한 일상에 ‘예술적 장난’을 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습니다.

Max Siedentopf — 𝓁𝑜𝓋𝑒 MAFF

나미비아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991년 나미비아에서 태어난 막스 지덴토프는 독일 유전자를 가진 아프리카인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나미비아에서 자라며 주변의 제한된 환경을 오히려 상상력의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정규 예술 교육보다는 스스로 부딪히며 배운 그는 사진, 영상, 디자인, 조각 등 매체에 구애받지 않는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칩니다.

암스테르담의 전설적인 광고 대행사 ‘KesselsKramer’의 최연소 파트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상업 광고와 순수 예술의 경계를 교묘하게 줄타기해 왔습니다. 그의 광고는 결코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What if your household appliances came to life? Max Siedentopf imagines for  department store Parco

“예술은 재밌어야 한다”

막스 지덴토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그의 작품이 가진 ‘바이럴(Viral)’한 속성 때문입니다. 그는 복잡한 철학적 수사 대신,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머와 아이러니를 던집니다.

  • Toto Forever: 우주적인 고독과 팝송의 결합 2019년, 그는 나미비아 사막 한가운데에 6개의 스피커를 설치했습니다. 이 스피커들은 태양광 에너지를 동력 삼아 80년대 메가 히트곡인 미국밴드 Toto의 ‘Africa’를 24시간 내내 무한 재생합니다. 지덴토프는 이 작품을 “아프리카에 바치는 영원한 찬사”라고 명명했습니다. 5,500만 년의 역사를 지닌 인류 최고(最古)의 사막이라는 압도적인 자연 앞에, 지극히 인공적이고 대중적인 팝송이 울려 퍼지는 광경은 숭고함과 실소(失笑)를 동시에 자아내며 예술의 문턱을 단숨에 낮춰버렸습니다.
  • Slapdash Supercars: 평범한 밤거리를 람보르기니로 바꾸는 법 모두가 잠든 밤, 그는 암스테르담의 거리로 나가 평범한 해치백이나 세단들을 타겟으로 삼습니다. 박스 종이와 테이프만을 이용해 차주 몰래 거대한 스포일러와 공기 흡입구를 부착하여 ‘가짜 슈퍼카’를 만들어버리는 이 게릴라 퍼포먼스는 권위주의적인 자동차 문화와 부의 상징인 럭셔리 카에 대한 통쾌한 풍자입니다.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차가 종이 람보르기니로 변한 것을 발견했을 차주의 당혹감마저 예술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그의 대담함은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MAX SIEDENTOPF — Toto Forever
Max Siedentopf <Toto Forever>

일상을 비트는 기발한 아이디어들

그의 포트폴리오는 마치 거대한 보물상자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은 대표작들을 소개합니다.

  • ‘Home Isolation’ 시리즈: 팬데믹 기간 중 집안의 물건들(바게트 빵, 소시지, 화장지 등)을 활용해 기괴한 마스크를 만들어 쓴 사진들입니다. 격리라는 우울한 상황을 ‘창의적 놀이’로 승화시키며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 Happy Socks와의 협업: 패션 브랜드 ‘해피삭스(Happy Socks)’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양말을 단순히 신는 도구가 아닌, 예술적 소품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양말을 머리에 쓰거나 코에 거는 등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엉뚱함’이 패션 화보에 그대로 녹아들었습니다.
  • Gucci와의 만남: 구찌(Gucc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지덴토프의 기발함을 알아보고 여러 차례 캠페인 작업을 함께했습니다. 럭셔리 하우스의 우아함에 지덴토프 특유의 키치(Kitsch)한 감성이 더해져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MAX SIEDENTOPF — Happy Socks
MAX SIEDENTOPF — Gucci – Lifestyle
막스 지덴토프가 진행한 구찌 광고

하우스 노웨어(Haus Nowhere) 전시

막스 지덴토프의 한국 내 인기를 증명하는 가장 결정적인 지점은 바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가 주도하는 복합 문화 공간 ‘하우스 노웨어(Haus Nowhere)’와의 협업입니다.

서울과 상하이 등지에서 열린 하우스 노웨어 전시에서 지덴토프는 공간의 문맥을 완전히 뒤흔드는 설치 미술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안경이라는 제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마스크 형태의 조각이나 예상치 못한 시각적 장치들을 통해 방문객들이 제품보다 ‘경험’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세련되고 절제된 한국의 하이엔드 상업 공간에 지덴토프 특유의 날것 그대로인 ‘아이러니’가 이식되었을 때의 시너지는 폭발적이었습니다. 하우스 노웨어를 찾은 젊은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이게 예술이야?”라는 의문 대신 “정말 재밌다!”라는 환호를 보냈습니다. 이는 권위적이지 않은 예술을 갈구하던 한국의 MZ세대 팬덤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사례입니다.

성수동에 착륙한 젠틀몬스터의 미래 실험 | Design+
하우스 노웨어 X 맥스 시덴토프, “MORE IS MORE” 

에필로그: 지루함이라는 질병의 치료제

막스 지덴토프는 스스로를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완벽한 예술품을 감상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주변의 흔한 물건들에 장난을 쳐보라고, 그래서 잠시라도 웃어보라고 권합니다.

그의 예술은 지루함이라는 현대인의 질병을 치료하는 가장 유쾌한 처방전입니다. 다음번에 길을 걷다 엉뚱한 광경을 목격한다면, 혹시 근처에 막스 지덴토프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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