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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물로 만든 비눗방울, 테레사 마골레스(Teresa Margolles)

전시장 문을 여는 순간, 눅눅하고 비릿한 공기가 얼굴에 감깁니다. 전시장 바닥은 방금 청소를 마친 듯 매끄러운 광택을 머금고 있고, 공중에는 투명한 비눗방울이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가볍게 떠다닙니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풍경 뒤에 숨겨진 ‘성분’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의 호흡은 멈추고 피부는 경련합니다. 당신이 들이마신 공기, 당신의 신발 밑창에 닿은 그 물은 멕시코 시립 시체 안치소에서 이름 없는 시신들을 닦아낸 물이기 때문입니다.

마골레스는 시각적 공포를 전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후각과 촉각을 건드립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습기 속에 녹아든 망자의 DNA는 관객의 폐부 깊숙이 침투합니다. 이는 멕시코의 폭력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던 부르주아적 관람객들의 안일함을 처참히 무너뜨리는 미학적 테러이자, 가장 처절한 방식의 연대입니다.

Artes Mundi Prize 5 - Artes Mundi

시체 안치소의 물, 예술의 언어가 되다

<air>, 2003

테레사 마골레스(Teresa Margolles)는 멕시코시티의 시체 해부 보조사로 일하며 죽음을 ‘물질’로 마주해온 작가입니다. 그에게 시신을 닦아낸 물은 버려야 할 오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육체가 사라진 뒤에도 남겨진 마지막 증거이자, 망자의 고통을 담아낸 매개체입니다.

2003년 발표한 <air>에서 작가는 이름 모를 희생자들의 몸을 정성껏 씻기고 그 물을 모았습니다. 전시장 가습기를 통해 분무되는 이 물은 관객의 기도를 타고 몸 안으로 들어갑니다. 멕시코 내 마약 전쟁과 범죄로 희생된 수많은 익명의 죽음들—사회가 ‘통계’로 치부하며 외면했던 그 육체적 흔적들을 그는 전시장이라는 신성한 공간으로 끌어올렸죠.

당시 관객들은 작품의 원재료를 알고 난 뒤 극심한 심리적 동요를 보였습니다. 어떤 이는 호흡을 멈추고 급히 전시장을 빠져나갔고, 어떤 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신은 지금 작품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죽음을 강제로 ‘호흡’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Invisible Art: In the eye of the beholder? | CNN

비눗방울이 살갗에 터지는 찰나

<En el Aire(공기 중에서)>, 2003

그녀의 대표작 <En el Aire>는 얼핏 평화로운 놀이터 같습니다. 천장에서 내려온 기계가 투명한 비눗방울을 쉼 없이 만들어내고,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아름다운 구체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하지만 비눗방울이 살갗에 닿아 톡 하고 터지는 순간, 차가운 물기가 번집니다.

이 비눗방울의 원재료는 바로 시쳇물이죠. 멕시코 마약 전쟁의 희생자, 신원 미상의 여성들—사회가 통계로 치부하며 지워버린 이들의 존재가 비눗방울이 되어 당신의 피부 위로 귀환합니다. 방울이 터질 때마다 전시장에는 미세한 비린내가 감돌고, 관객들은 ‘아름다움’이 ‘공포’로 전이되는 찰나의 진실을 목격합니다. 관객들은 자신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타인의 죽음이 자신의 일상에 얼마나 쉽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체감합니다.

The tragic irony of "En el Aire" - Science of the Time

지워지지 않는 피의 증언

<¿De qué otra cosa podríamos hablar?(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2009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골레스는 더욱 직접적인 방식을 취했습니다. 마약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혈흔 섞인 진흙과 시쳇물을 섞어 전시장 바닥을 매일 아침 청소하게 한 것입니다. 관객들은 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시장 안을 걸으며 발바닥으로 죽음의 흔적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나 물은 증발하지만, 바닥에는 희뿌연 자국과 끈적한 얼룩이 남습니다. 마골레스는 죽음이 결코 깨끗하게 청소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현장에서는 “예술인가 고문인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바닥을 닦는 행위는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는 권력에 대한 조롱이며, 잊혀가는 죽음들을 억지로라도 기억하게 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Teresa Margolles, ¿De qué otra cosa podríamos hablar? Limpieza (What Else  Could We Talk About? Cleaning), 2009 | Galerie Peter Kilchmann
Teresa Margolles: "¿De qué otra cosa podríamos hablar?". Bienal de Venecia,  2009

Editor’s Note: 방관할 수 없는 호흡

마골레스의 작품 앞에서 느끼는 불쾌감은 단순히 ‘시쳇물’에 대한 생리적 거부감이 아닙니다. 타인의 비극을 안전한 거리에서 구경하려 했던 우리의 방관자적 태도가 무너지는 데서 오는 당혹감입니다.

그녀는 가짜 피나 정교한 조각을 쓰지 않습니다. 오직 ‘실재하는 죽음의 입자’만으로 우리를 타격합니다. 전시장을 나설 때 당신의 폐에 남은 서늘한 기운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당신이 방금 들이마신 공기가 누군가의 마지막 흔적이었다는 사실을, 정말로 외면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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