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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뮤비에 나온 지옥의 화가-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오늘 소개하는 작가는 일명 ‘지옥의 화가’로 불립니다. 그는 사람들의 신앙심을 고취하기 위해 지옥의 풍경이 담긴 종교화를 그렸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작품이 기괴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종교화

사실, 종교화하면, 예수와 제자들, 십자가 등 전형적인 클리셰(Cliché)들이 떠오릅니다. 성경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이미 많은 화가들이 주요 주제들을 다뤘고,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각색도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의 종교화는 50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연구 대상이 될 정도로 기괴하고 참신하고 독특합니다. 종교화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플랑드르 화파 ‘히에로니무스 보스’ 입니다.

'세속적 쾌락의 정원' 오른쪽 부분.

인기는 있었지만, 기록은 없는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는 미술사상 가장 신비에 싸여 있는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작품은 유명하지만, 그에 비해 그의 일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자그마치 500여년 전,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여서 알아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동시대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의 삶이 얼마나 많이 알려졌는지 생각하면 의문이 들 만큼 보스의 인생은 거의 베일에 싸여 있죠. 그러나 그의 장례식 미사가 성대했고, 그의 작품이 판화 복제품으로 퍼져 있던 것을 보면 살아있었을 당시에도 인기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의 그의 본명은 히에로니무스 판 아켄입니다. 반 아켄(van Aken)이라는 성은 독일의 도시 아헨을 가리키며, 보스의 가문이 독일 출신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보스’는 예전에 그가 살던 마을인 스헤르토헨보스(s-Hertogenbosch)에서 따온 별명입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표기법에 따라 히에로니무스 보쉬라고 발음되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스페인에서는 ‘엘 보스코’라고 불립니다.

동방박사들의 경배 (1494) - 히에로니무스 보스 : 네이버 블로그
아주 평범한 종교화인 <동방박사들의 경배>, 1494

보스는 16개 이상의 트립틱(삼면으로 이루어진 회화 또는 부조)을 그렸는데 이 중 단 8개만 온전하고 5개는 일부만 남아있습니다. 사실, 초기 보스의 작품은 아주 평범했습니다. 1480년대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기괴한 인강 풍자적인 종교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3폭 제단화 ‘쾌락의 정원’ 입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면서 태초와 현실세계 그리고 지옥으로 나뉘는 3개의 패널이 특징인 작품입니다.

왼쪽은 그리스도와 아담과 이브가 있는 천국을, 중앙은 환락과 쾌락의 정원을, 오른쪽은 지옥을 뜻한다

기괴하고 불가사의한 형상들, 화폭 전체에 넘치는 그로테스크함, 기묘한 환상들과 의미심장한 주제로 가득찬 <쾌락의 동산>은 순간 어디를 먼저 봐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동물의 주둥이가 달린 인간, 생명이 깃든 것처럼 보이는 바위, 거대한 과일, 사물로 변한 나무처럼 세상의 신비롭지만 섬뜩합니다.
옷을 벗은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여기저기서 딸기, 체리, 포도 같은 과일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저 과일이 쾌락이라도 주는걸까요? 사람들은 열매에 취해 환각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문에 꽃과 딸기가 꽂혀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규모 화폭에 다양하면서 섬세한 장면묘사가 자세히 볼수록 놀라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일부 확대), 1504년경, 384 x 205 cm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일부 확대), 1504년경, 384 x 205 cm

아주 앞서나간 화풍을 가진 이 작가는 사망 후 500여 년간 조용히 잊혀진듯 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 잠재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구하는 초현실주의가 탄생하며 재발견됩니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1516년 보스가 죽고 난 후 400년 가량이 지난 후에야 태어난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는 평생 보스를 존경했습니다. 
페터 뎀프(Peter Dempf)의 1999년 추리 소설<보쉬의 비밀(Das Geheimnis des Hieronymus Bosch>의 주요 주제가 되었으며, 지옥에 그려진 괴물들은 영화〈스타워즈>에 나오는 외계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감독 조지 루카스는 인터뷰에서 보쉬의 작품이 특히 외계 생명체에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그는 그중에서 자바 더 허트를 언급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MV에 오마주 되기도 하였습니다.

(좌 레드벨벳 MV, 우 보스의 그림)

File:Bosch, Hieronymus - The Garden of Earthly Delights, left panel -  Detail Fountain Of Life complete (center).jpg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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