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물리학자-테오 얀센(Theo Jansen)
“나는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고 있다.”
기계는 인간이 조작해야 움직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엔진도, 전기장치도 없이, 오직 바람만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기괴한 생명체들은 해변을 거닐고, 바람을 마시며 살아갑니다. 이들을 만들어낸 이는 바로 네덜란드의 예술가 테오 얀센(Theo Jansen). 그는 기계와 자연의 경계를 허물며, 살아 있는 듯한 조형물을 창조하는 혁신적인 아티스트입니다.
이제, 테오 얀센이 만들어낸 ‘해변의 괴물(Strandbeest, 스트란트비스트)’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바람이 불면 나는 걷는다” – 해변의 괴물?
테오 얀센은 기계를 설계할 때 전기, 엔진, 모터 같은 일반적인 동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는 오직 ‘바람’을 동력으로 사용하여 기계를 움직이게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바람이 기계를 걷게 할 수 있을까요?
해변의 괴물이 움직이는 원리
- 플라스틱 관(PVC 파이프)으로 만든 다리 구조
- 각 다리는 삼각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 이 구조는 바람이 불 때 마치 살아 있는 동물이 걷는 듯한 움직임을 만듭니다.
- 공기 저장 장치
- 일부 ‘진화한’ 해변의 괴물들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 공기 펌프와 병을 이용해 공기를 저장한 후, 이 압축된 공기를 이용하여 스스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 센서 역할을 하는 지느러미와 촉수
- 몇몇 ‘해변의 괴물’들은 모래사장 근처에서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갖추고 있습니다.
-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읽고, 물이 가까워지면 방향을 바꾸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즉, 이 기계 생명체들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듯한 존재입니다.
“나는 기계를 만들지 않는다, 생명을 창조한다” – 테오 얀센의 철학
테오 얀센은 단순한 설치미술가가 아닙니다. 그는 생물학과 공학, 예술을 넘나드는 혁신적인 창조자입니다. 그는 해변의 괴물을 단순한 조각 작품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그것들을 ‘새로운 생명체’라고 주장합니다.
“이 기계들은 언젠가 인간의 도움 없이 해변에서 스스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창조물을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초기 모델들은 단순한 움직임만 가능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바람을 이용해 걷고, 장애물을 감지하고, 물을 피해 도망가는 단계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개념을 기계에 적용하여, 매년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실패한 모델은 버리고, 더 나은 기능을 가진 ‘생명체’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즉, 그의 작품들은 기계적 조형물이 아니라, 점점 더 진화하는 생물처럼 발전하고 있습니다.

해변의 괴물의 진화 과정
1990년부터 지금까지, 테오 얀센은 ‘해변의 괴물’들을 다양한 세대로 나누어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해변의 괴물의 진화 과정
1️⃣ 1세대 – 단순한 구조, 바람에 의해 걷기 시작
- PVC 파이프와 테이프를 이용해 최초의 모델 제작
- 단순한 다리 움직임만 가능

2️⃣ 2세대– 물을 감지하고 피하는 능력 추가
- 바닷물 근처에 가면 감지하여 방향을 바꾸도록 설계

3️⃣ 3세대 – 공기를 저장해 바람 없이도 걷는 능력 추가
- 공기 펌프 시스템을 적용해 바람이 없는 날에도 이동 가능

4️⃣ 4세대 – 자가 보존 기능 추가
- 해변에서 강한 바람이 불면 스스로 땅에 엎드려 넘어지지 않음
- 외부 충격에도 구조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설계

즉, 테오 얀센은 단순히 기계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드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진짜 기계 생명체가 태어날까?” – 해변의 괴물이 주는 질문
테오 얀센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닙니다. 그의 작품은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기계도 진화할 수 있을까?”
“자연과 기술은 공존할 수 있는가?”
그가 만든 해변의 괴물들은 점점 더 복잡한 행동을 학습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환경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화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자연과 완전히 공존하며 스스로 생존하는 ‘기계 생명체’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테오 얀센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도 새로운 모델을 연구하고, 더 정교한 해변의 괴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이제 인간이 만든 생명체가 자연의 일부가 될 시간이다.”
그의 예술은 과학과 공학을 넘어서, 우리가 자연과 기술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