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디자인 혁명-임스 체어 (Eames Fiberglass chair)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투명한 커피잔 옆, 햇살이 드는 카페 창가에 놓인 그 의자. 단 하나의 곡선으로 사람을 감싸는 의자, 바로 임스 파이버글라스 체어(Eames Fiberglass Chair)입니다. 이 의자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현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오늘날까지 이어진 디자인 혁명의 상징이죠.

전쟁에서 카페로 — 새로운 재료의 탄생
1940년대 초, 미국의 젊은 건축가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예술가 레이 임스(Ray Eames)는 미군을 위한 ‘합판 부목’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그 재료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신소재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iberglass)은 놀라웠습니다. 가볍고 유연하며, 대량생산에 적합했죠. 1950년대, 가구는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스 부부는 “좋은 디자인은 모두의 것이다”라는 철학을 내세웠습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견고한 가구 — 이것이 그들의 목표였죠. 임스 부부는 이 소재로 사람의 몸을 감싸는 유기적 형태의 의자를 설계했습니다. 이름하여 “하나의 쉘(Shell)”. 등받이와 좌석이 한 몸처럼 이어진 이 디자인은 곧 전 세계 가정과 공공공간을 점령했습니다.

曲線(곡선)의 철학 — 인간을 위한 조형
임스 체어의 진짜 매력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입니다. 단 한 번의 곡선으로 등과 허리를 자연스럽게 지지하는 형태, 그리고 그 부드러운 라인 속에 숨겨진 계산된 인체공학. 그래서 임스 체어의 곡선은 차갑지 않습니다. 마치 조각처럼 완벽하면서도, 사람을 위한 예술품이 되었죠.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이 공존하는 미학, 그것이 임스 체어가 사랑받는 이유였습니다.
레이 임스는 여기에 감성을 더했습니다. 그녀는 “사람이 앉았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그녀는 추상미술가 출신으로, 의자의 곡선뿐 아니라, 살몬 핑크·머스타드 옐로·올리브 그린 같은 미묘한 색 조합을 제안했습니다. 그녀 덕분에 임스 체어는 기능을 넘어 감성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녀의 손끝에서, 의자는 ‘예술’이 되었죠.

사라진 명작, 그리고 부활
1970년대, 환경 문제로 파이버글라스 생산이 중단되며 임스 체어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 후, 비트라(Vitra)와 허먼 밀러(Herman Miller)가 친환경 공정으로 복각을 시작하며 전설은 부활했습니다.
이제의 임스 체어는 과거의 곡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그 철학은 여전합니다. “디자인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