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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박찬욱

박찬욱 감독 신작-자극적이고 섬뜩한 현실의 블랙코미디

박찬욱 감독이 오랜 시간 동안 품어왔던 야심작, ‘어쩔수가없다’가 마침내 촬영을 마쳤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의 전설적인 범죄 소설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작 『액스』를 모티브로 각색된 작품으로, 17년간 박찬욱 감독의 마음속에서 숙성된 끝에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2019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제가 필생의 프로젝트로 꼭 만들려고 하는 영화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박찬욱 감독의 오랜 꿈이였던 영화 <어쩔수가없다>

  • 이병헌 : 25년 동안 다닌 제지 회사에서 잘린 후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만수’ 
  • 손예진 :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직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는’만수’의 아내 ‘미리’
  • 박희순 : 잘나가는 제지 회사의 반장 ‘최선출’ 
  • 차승원 : ‘만수’의 또 다른 경쟁자 ‘고시조’
영화 '어쩔수가없다' 촬영 현장
영화 ‘어쩔수가없다’ 촬영 현장

영화는 ‘누구보다 평범했던 한 가장’이 실업이라는 벼랑 끝에서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주인공 만수(이병헌)는 다정한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평범하지만 안정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예고 없이 해고 통보를 받게 되며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한순간에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한 그는 다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만의 지독한 전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극한 경쟁 사회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를 그린 현대판 블랙코미디이자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박찬욱 감독과 만나 '춤추는' 이병헌·손예진의 '이색' 왈츠 - 네이트뷰
<어쩔수가 없다> 스틸컷

만수는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취업 시장은 혈투다. 누군가를 밟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의 표적은 같은 업계에서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자들입니다. 총도, 칼도 없이 시작된 그의 계획은 점점 정교하고 무자비해집니다. 도청, 미행, 그리고 살해. 한때는 가족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사랑은 점점 망상의 탈을 쓴 광기로 변질되어 갑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쩔수가없다 - 나무위키
시나리오 포스터

원작『액스(The Ax)』 – 실업자의 연쇄살인극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액스』는 한 중산층 가장이 ‘해고’라는 낙인을 받는 순간, 어떤 식으로 인간성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는지를 냉정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버크 데보레는 특수 용지를 생산하는 제지공장에서 23년을 일했으나, 자동화와 합병으로 해고당하게 됩니다.

그는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충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경쟁자를 하나씩 ‘제거’하는 것입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전쟁 유품 루거 권총으로 시작된 살인은, 점점 더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화합니다. 그는 범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수사에 대비하고, 심지어 가족조차 속이며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냅니다.

가장 소름 끼치는 점은, 이 끔찍한 살인자조차 ‘이해할 수 있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에 의해 점점 궁지에 몰린 가장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가족을 위해서야. 내가 아니면, 그들이 굶어 죽는다.”

이 소설은 단순한 범죄물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소비되고 버려지며, 그 과정에서 어떤 괴물이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적 지옥도입니다. 버크의 살인은 점점 일상이 되고, 결국 그는 자신의 목표였던 ‘새 일자리’를 얻고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그 결말이 그 어떤 공포보다 불편하고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The Ax - 예스24

🎬 영화와 원작의 묘한 평행선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는 웨스트레이크의 『액스』가 제시한 구조를 한국 사회의 정서에 맞게 교묘하게 재배치한 작품입니다. IMF 이후 세대, 구조조정, 비정규직 문제, 노노갈등과 같은 한국적 키워드들이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병헌과 손예진이 그려낼 한 가정의 무너짐, 그리고 그 속에서 도약하려는 가장의 광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관객은 숨 쉴 틈 없이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은 “가족을 위한 선택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도덕적 딜레마이자, 사회가 얼마나 쉽게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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