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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예술가의 똥-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

아무리 유명한 예술가의 것이라고 해도, ‘똥’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1960년대 초 요절한 이탈리아의 한 전위예술가가 자신의 똥을 담았다며 지난 1961년 5월 발표한 이 ‘깡통’은 현재 수억원 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피에로 만초니는 1933년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방 손치니에서 태어나 문과계통의 학교를 중퇴하고 짧은 시일에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다다이즘, 특히 마르셀 뒤샹의 영향을 받았고, 평소 미술과 미술가의 사회적 기능에 관심을 가졌으며, 인간, 물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색다른 상태의 것을 추구했습니다.

Piero Manzoni: breve biografia e opere principali in 10 punti - Due minuti  d'arte

90개의 똥 캔

자신의 배설물을 담았다는 ‘예술가의 똥(Artist’s Shit).’ 모두 90개가 제작됐고, 각 깡통엔 1번부터 90번까지 번호가 매겨졌다. 깡통엔 ‘정량 30g.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5월 제작’이라고 쓰인 라벨이 붙어있습니다. 그의 ‘똥’이 담겼다는 깡통들은 당시에도 엄청난 가격에 팔렸 습니다. 만초니는 이를 금(金)시장에서 팔았는데, 1962년 8월에 발행된 영수증에 따르면 한 캔이 무려 18K 금 30g에 팔렸습니다. 그의 똥 30g이 30g의 금과 같은 가치인것이죠.

이 작품에 관련된 유명한 소문이 있는데, 사실 그 깡통에는 ‘대변’이 아니라 ‘폴라스터’가 담겼다는 것입니다. 캔을 따보면 곧바로 그 진위를 확인 할 수 있겠지만, 캔을 따는 순간 작품은 영원히 훼손되기에 진위를 확인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호기심 많은 컬랙터가 캔을 따 보았는데, 그 속에는 또 다른 캔이 들어있었습니다. 일종의 마트료시카처럼 캔 속에 더 작은 캔이 들어 있었던거죠. 해당 컬랙터는 두번째 캔은 따지 않기로 하였고, 그래서 이 작품에는 정말로 똥이 들어있을 지는 아직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똥이 예술이 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마르셀 뒤샹과 결과물보다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개념미술이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현대미술의 특징을 한껏 사용하여 자본주의적 미술 세계를 풍자했습니다. 예술가들이 숭배되고 그들이 닿는 모든 것이 상품화될 때, 만초니는 ‘똥’을 이용해 컬렉터와 미술시장을 비웃은 것입니다.

SOME WORK WENT INTO THIS On the Specific Value Form of the Art Object, in  View of Piero Manzoni's “Merda d'artista” and Robert Morris's “Box with the  Sound of Its Own Making” (
Opening the Can: Boîte ouverte de Piero Manzoni | BEACH

눌러붙은 예술가의 숨

사실, 예술가의 똥 이전부터 만초니는 재치있는 방식으로 예술시장에 대한 조롱과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적 작업을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예술가의 숨결 ( Fiato d’Artista ) 이라는 작품입니다.

‘예술가의 숨결’은 만초니가 1960년 풍선에 숨을 불어넣은 뒤 나무 받침대에 고정한 작품입니다. 만초니는 심지어 한숨 당 20 센트라는 가격을 책정하여 이 작품을 판매했습니다. 그러나 풍선의 입구를 아무리 잘 마감하여도 미세하게 바람이 빠지며 작아지듯, 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이 작품은 현재 바람이 완전히 빠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예술가의 숨을 머금고 있던 풍선이 처음 함께 제공된 나무판에 들러붙은 모습의 현재는 사실상 예술가의 숨결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술계는 언제나 ‘영원한 아름다움’에 집착하지만, 영원한 건 세상에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작가의 뜻대로 풍선은 볼품없이 쪼그라든 채 나무 받침대 위에 간신히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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