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양심의 교차로-2025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음악이 울려 퍼지는 축제의 무대, 그 이면엔 묵직한 결단이 있다.”
2025년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일대 30여 개 공연장에서 펼쳐질 제105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막을 올립니다. 올해 축제는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기념해 그의 초기·후기 작품을 총망라하는 한편, 현대음악과 무용, 연극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2025 페스티벌 개요 – 전통과 혁신
잘츠부르크 전역에서 유럽 3대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올해는 ‘신화’라는 주제로 축제가 진행되며, 오페라, 독주회, 연극 등 약 200회의 예술공연들이 준비되어있습니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9개의 새로운 연극과 오페라 작품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탈리아 푸치니의 3부작 오페라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잔니 스키키’가 무대에 새롭게 오르게 됩니다.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구성된 오페라로서 심오하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을 품고 있으며, 역사상 최초로 공연되는 만큼 의미가 큽니다.
- 기간: 2025년 7월 20일 ~ 8월 31일
- 장소: 페스티벌극장(Festspielhaus), 대성당광장(Domplatz), 미라벨정원(Mirabellgarten), 모차르테움, 도미니카 교회 등 30여 개
- 주요 프로그램:
- 모차르트 오페라 전막 시리즈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기원
1870년,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였던 ‘마술피리’의 완전한 악보가 발견됩니다. 이를 계기로 모차르트 연구기관으로 알려진 모차르테움이 1870년 잘츠부르크에서 발족했습니다. 1877년에 모차르테움에서 처음으로 잘츠부르크 음악제를 개최하게 됩니다.
잘츠부르크 축제의 하이라이트로는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예더만(Jedermann)’이라는 공연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20년 첫 축제부터 지금까지 성당 앞 광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젊은 부호의 죽음 그 이후를 극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1920년에 호프만슈탈의 연극 ‘예더만’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문을 열었는데, 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예더만’이 매년 오후 5시 혹은 밤 9시에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 광장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러시아 전쟁 지지자 배제 선언
축제 조직위원회 의장 카타리나 해머(Katharina Hammer)는 올해 특별히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지하지 않는 모든 예술가는 초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의 ‘국가예술가’ 칭호를 받은 예술가에게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2024년 말, 일부 러시아 출신 예술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자, 해머 대표는 “예술은 자유지만, 그 자유가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쓰여선 안 된다”고 단호히 못박았습니다. 러시아 국적의 지휘자·연주자 4명이 초청 명단에서 제외되었으며, 이 결단은 유럽 예술계 전반에 ‘예술의 윤리성’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행사가 처음 시작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차대전 직후인 1920년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에서 시작한 이 축제의 근본적인 취지가 ‘예술을 통한 인류애의 회복’이었기 때문입니다.

축제의 울림, 그 너머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예술의 자유와 책임, 문화 교류와 정치적 윤리가 뒤섞인 복합적 장(場)입니다. “음악이 단순한 즐길거리가 아니라,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해머 대표의 선언은, 잘츠부르크의 여름을 한층 더 무게감 있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