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있는 와이너리①-프랭크 게리의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
“바로크와 미래주의가 만나는 순간, 와인은 더 이상 술이 아닌 예술이 된다.”
스페인 리오하 지방의 조용한 와인 마을 엘시에고(Elciego). 그곳 한가운데, 유려하게 뒤틀린 금속 리본과 불규칙한 곡선으로 구성된 건축물이 마치 한 송이 피어난 금속의 꽃처럼 등장합니다.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탈구조주의의 아이콘이 만들어낸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Marqués de Riscal)의 호텔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곳은 건축, 자연, 와인, 그리고 예술이 융합된 성전입니다. 리오하 와인의 160년 전통과 21세기 건축의 파격이 만나는 이 장소는 이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과 건축 애호가들이 순례하듯 찾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프랭크 게리, 와인의 땅 위에 조형미를 심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1858년에 설립된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전통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 그들은 “세계를 놀라게 할 무언가”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당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프랭크 게리에게 설계를 의뢰합니다.
게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자신의 조카가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와인을 결혼식에 사용했다는 인연도 그의 결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가 설계한 호텔은 전통적인 석조 건물 위에, 마치 부드럽게 찢긴 리본처럼 흐르는 금속 패널을 감쌉니다. 자줏빛, 금빛, 은빛이 뒤섞인 이 티타늄 재질은 각각 와인, 금박 포장, 병의 은색 그물 포장을 상징합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예술 행위입니다.

건축 그 자체가 하나의 와인이다
이 건물은 지형의 굴곡을 적극 반영하며, 불규칙한 곡선과 구조적 모순을 통해 감성적인 충격을 유도합니다. 그 모습은 마치 게리가 빌바오에서 보여준 건축적 반란의 와인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호텔 내부는 객실마다 천장이 다르고, 창문도 제각각 방향을 향하고 있어, 방문객은 각기 다른 풍경과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와인이 해마다 기후와 포도로 인해 달라지는 것처럼, 공간도 사람마다 달리 인식되어야 한다는 게리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게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 건물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와인의 영혼이 이 건물을 만든 것이다.”

와인의 전통과 미래, 두 축을 연결하는 교차점
이 와이너리는 단지 외관만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게리의 건축과 함께 도입된 새로운 와인 생산 시설은, 리오하 와인의 전통과 최첨단 기술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입니다. 150년 넘는 와인 저장고와, 첨단 발효 시스템이 공존하는 이곳은 스페인 와인 산업의 ‘미래 실험실’로도 불립니다.
게리 호텔에 묵는 방문객은 오직 투숙객만 입장 가능한 프라이빗 와인 투어와 시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와인인 ‘Marqués de Riscal Reserva’와 ‘Barón de Chirel’은 예술 작품으로 대우받고 있습니다.


예술과 와인의 완벽한 결합, 전 세계를 사로잡다
게리의 마르께스 데 리스칼 호텔은 세계 각국의 예술가, 셀럽, 미식가들이 찾는 ‘성지순례지’가 되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이너리”라 평했고, CNN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와인 여행지 TOP 10”에 선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건축과 브랜드 경험의 경계가 허물어진 대표 사례로, ‘건축이 브랜드를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치 루이비통이 프랭크 게리의 가방으로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듯, 마르께스 데 리스칼 역시 게리의 건축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마신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 와이너리는 더 이상 ‘와인을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예술을 마시고, 건축을 음미하고, 전통을 향으로 들이마시는 체험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랭크 게리의 광기와 감각, 그리고 미학적 반란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와인을 마시는 순간, 당신은 예술을 마시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