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돈, 섹스 – 제프 쿤스(Jeff Koons)
아웃사이더의 출발
제프 쿤스는 1955년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예술계의 전통적 엘리트와는 거리가 먼 출신이었죠. 아버지는 가구와 장식을 다루는 상인이었고,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미술을 향한 열정은 있었지만, 젊은 시절 그는 생계를 위해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며 작품 제작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이 경험은 그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예술을 ‘창작’에 국한시키지 않고, 자본과 소비가 얽힌 시장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인식하게 된 것이죠.

첫 장면: 진공청소기 속 욕망
쿤스의 첫 본격적인 작품은 1980년대 초 뉴욕에서 선보인 <진공청소기 시리즈(The New)>였습니다. 번쩍이는 상자 속에 신형 전기청소기를 넣어 전시장에 배치한 작품이었죠. 일상의 소비재를 성스러운 오브제처럼 제시한 이 시리즈는 단번에 뉴욕 미술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첫 개인전은 1980년 뉴욕의 뉴 뮤지엄(New Museum)과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로, 쿤스는 진공청소기, 빛나는 아크릴 상자, 일상의 전자제품을 작품으로 내세웠습니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를 ‘광고와 종교의 충돌’, ‘욕망을 소비하는 현대인의 초상’이라 불렀습니다. 장난감 같고 세속적인 사물이 미술관 벽 안에서 신성한 물건처럼 변모하는 순간, 쿤스는 이미 예술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포르노 스타와의 결혼
1991년, 쿤스는 이탈리아 출신 포르노 스타 치치올리나(Ilona Staller)와 결혼하며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두 사람은 곧바로 <메이드 인 헤븐(Made in Heaven)> 시리즈를 발표했습니다. 결혼 생활을 예술로 확장한 이 프로젝트는 부부의 실제 성행위를 대형 사진과 조각으로 담아냈습니다.
비평가들은 찬사와 비난으로 양분되었습니다. “저속한 포르노”라는 혹평이 따랐지만, 동시에 “예술과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한 충격적 실험”이라는 평가도 뒤따랐습니다. 결혼은 곧 파국을 맞았지만, 쿤스의 이름은 전 세계 미술 시장에 ‘스캔들과 성공’이라는 강렬한 브랜드로 각인되었습니다.

욕망을 조형하다
쿤스가 예술을 시작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그는 예술을 통해 대중을 매혹시키고, 동시에 자본을 움직이고자 했습니다. 기존의 미술이 순수와 고고한 미학에 집중했다면, 쿤스는 그것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대중문화, 광고, 소비사회의 욕망을 미술의 언어로 치환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죠.
그의 대표작 ‘풍선 개(Balloon Dog)’는 그 철학을 상징하는 아이콘입니다. 이혼을 하면 어린 아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아들과 함께 키우던 개를 형상화한 작품이죠.
표면은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돼 완벽한 거울처럼 주변을 비추지만, 형태는 누구나 알 법한 단순한 풍선 장난감을 닮았습니다. 이는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함과 성인의 욕망, 그리고 예술 시장의 냉혹한 자본이 교차하는 아이콘이 되었죠. 2013년, 오렌지색 풍선개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6천억 원에 낙찰되며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근의 무대
그의 시선은 여전히 미래를 향합니다. 최근 쿤스는 NFT 프로젝트와 함께 ‘달에 작품을 보낸다’는 문 페이즈(Moon Phases)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지구를 넘어 우주를 무대로 삼겠다는 발상은, 예술과 시장을 동시에 뒤흔드는 그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또한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된 그의 작업은 ‘미술은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쿤스의 작품은 ‘값비싼 장난감’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욕망과 권력, 자본을 예술의 언어로 통합하며 시대정신을 반영했습니다. 풍선처럼 가볍지만, 스테인리스처럼 단단한 것. 그 아이러니 속에서 제프 쿤스는 여전히 예술계를 흔드는 가장 강렬한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