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조각

Artist

육체를 캔버스로, 오를랑(ORLAN)-성형 퍼포먼스의 미학

하이엔드 럭셔리 업계가 완벽한 대칭과 젊음이라는 고정된 미적 기준에 열광할 때, 자신의 신체를 직접 메스로 절개하며 그 기준에 반기를 든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거장 오를랑(ORLAN)입니다. 그녀는 ‘신체 예술(Body Art)’의 범주를 넘어, 자신의 육체를 수정하고 재구성하는 ‘육체적 예술(Carnal Art)’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ORLAN, between artist and robot — AWARE Archives of Women Artists, Research  and Exhibitions

성형 수술, 예술이 되다

오를랑은 1990년대 초, ‘성녀 오를랑의 재탄생’이라는 연작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녀는 총 9번의 성형 수술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을 단순한 의학적 시술이 아닌 ‘공개 퍼포먼스’로 승화시켰습니다.

수술실은 화려한 무대 의상과 음악, 시 낭송이 흐르는 예술의 장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녀는 국소 마취만을 한 채 깨어 있는 상태로 수술 과정을 위성 중계하며 관람객들과 대화했습니다.

성녀 오를랑 Saint Orlan

그녀는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명화 속 여성(비너스, 모나리자 등)의 특정 부위를 닮도록 수술을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예뻐지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서구 미술사가 강요해온 여성의 미적 원형을 자신의 얼굴에 강제로 이식함으로써, 그 기준의 작위성과 폭력성을 폭로하려 한 것입니다.

Paints @ ORLAN OFFICIAL WEBSITE / SITE OFFICIEL D'ORLAN

이마 위의 ‘뿔’과 비표준적 미학

오를랑의 작업 중 대중에게 가장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안긴 이미지는 이마 양옆에 솟아오른 두 개의 돌기, 즉 ‘뿔’입니다. 이는 단순한 파격을 넘어 고도의 상징성을 내포합니다.

그녀는 본래 광대뼈의 볼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실리콘 보형물을 이마 양 끝에 삽입하는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전형적인 얼굴형에서 벗어나 유기체적 에일리언, 혹은 신화 속 신비로운 존재 같은 이질적인 외형을 완성했습니다. 이는 사회가 정의하고 미디어가 재생산하는 ‘정상적인 안면’과 ‘표준적 아름다움’이라는 견고한 틀을 정면으로 타격하며, 기괴함 또한 예술적 숭고함에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오를랑 테크노바디 1966-2016 ORLAN TechnoBody Retrospective' 전시 정보 :: 오픈갤러리

오를랑에게 신체는 태어날 때 주어진 운명적인 감옥이 아닙니다. 그녀는 “내 몸은 나의 소프트웨어“라고 선언하며,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육체를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변적 매체로 재정의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인간이 기술을 통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현대 트랜스휴머니즘 담론과 맞닿아 있으며, 포스트 휴먼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에필로그: 고통을 넘어서는 자유

많은 이들이 그녀의 작업을 보며 ‘고통’을 떠올리지만, 오를랑은 수술 중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지적인 유희를 즐깁니다. 그녀에게 예술은 육체의 한계를 넘어 정신의 자유를 선언하는 성스러운 의식입니다. 오를랑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신체 및 정체성의 진정한 주인입니까?”

ORLAN (Mirielle Suzanne Francette Porte). Painting Portrait of  Wée-Ke-Rú-Law, He Who Exchanges with ORLAN's Photographic Portrait No.10.  2005 | MoMA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