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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이것은 쓰레기인가, 예술인가?" , 콜라주가 던진 질문

제니 RUBY 발매 일주일 기념 콜라주 포스터 사진들이 공개되며 ‘감각적이다’ ‘ 앨범 다꾸 한거같다’라는 반응들을 보였죠. 그런데 이 조각난 이미지들이 무질서한 듯하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포스터가 현대적인 세련미를 뽐내고 있지만, 사실 그 뿌리는 미술사의 거대한 변곡점이었던 ‘콜라주(Collage)’ 기법에 닿아 있다는걸 아시나요? 21세기의 아이콘 제니가 선택한 이 감각적인 표현 방식의 시초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현대 디자인의 필수 문법이 되었는지 그 흥미로운 연대기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콜라주(Collage) : ‘붙이다’라는 뜻의 혁명

본격적인 작품 분석에 앞서, 콜라주가 정확히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콜라주라는 단어는 ‘풀로 붙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콜레(Coller)’에서 유래했습니다. 캔버스나 종이 위에 물감으로 형상을 그리는 대신, 신문지, 천, 잡지, 벽지, 나뭇조각 등 서로 다른 재료들을 직접 붙여서 하나의 새로운 화면을 구성하는 기법을 말하죠.

콜라주 이전의 예술이 현실을 ‘모방(흉내)’하는 것이었다면, 콜라주는 현실의 ‘물질’ 그 자체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온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그리지 않아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이 간단한 아이디어가 현대 미술의 문을 열었습니다.

What is a Collage in Art? - Eden Gallery - Eden House of Art

파블로 피카소 –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 (1912)

1912년 파리의 한 작업실, 파블로 피카소가 캔버스 위에 물감 대신 ‘인쇄물’을 붙였을 때 전통 회화의 숨통은 끊어졌습니다. 당시 평론가들에게 이것은 예술에 대한 ‘테러’와도 같았죠. 이 작품은 서양 미술사에서 ‘최초의 콜라주’로 기록되는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피카소는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의자를 그리는 대신, 실제 등나무 격자무늬가 인쇄된 ‘유포(Oilcloth)’를 직접 붙여버렸습니다.

그림의 테두리를 실제 밧줄로 둘러 액자 역할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그림 속의 가상 세계와 우리 삶의 실제 세계 사이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시도였습니다. 관찰자는 이 작품을 보며 “이것은 의자인가, 아니면 의자를 흉내 낸 종이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피카소는 재현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재’를 화면 안으로 직접 끌어들였습니다.

콜라주 기법의 작품: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_파블로 피카소 : 네이버 블로그

한나 회흐 – <독일 마지막 바이마르 배불뚝 문화 시대를 다다 부엌칼로 자르자> (1919)

다다이즘의 선구자인 한나 회흐는 콜라주의 변형 기법인 ‘포토몽타주(Photomontage)’를 사용하여 당시 독일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했습니다. 그녀는 잡지나 신문에서 오려낸 사진 조각들을 기괴하게 재조합했습니다. 거대한 기계 부품들 사이에 정치인들의 머리를 배치하거나, 도시의 혼란스러운 풍경을 파편화된 이미지로 구성했죠.

당시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와 정치적 혼란을 여성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날카로운 ‘부엌칼’로 기존의 가치관을 난도질하여 새로운 의미를 재구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Cut with the Dada Kitchen Knife through the Last Weimar Beer-Belly Cultural  Epoch in Germany [Hannah Höch] | Sartle - Rogue Art History

콜라주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예술은 반드시 그려야만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기성품을 활용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콜라주는 현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선사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광고, 영화 포스터, 그리고 SNS의 콜라주 이미지들은 모두 이 100년 전의 파격적인 가위질에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How To Create Artistic Collages? | GreatArt Magazine | Your Art Super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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