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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진짜 맞아?”-미술계를 뒤흔든 초대형 스캔들

“도대체 진짜는 어디에?”

2022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올랜도 미술관(Orlando Museum of Art)은 자랑스럽게 새로운 전시를 열었습니다. 제목은 ‘Heroes & Monsters: Jean-Michel Basquiat’. 전설적인 아티스트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미발표작 25점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습니다. 전시 첫날부터 미술계는 들썩였고, 입장권은 매진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이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FBI가 전시장에 들이닥쳤습니다. 전시된 작품 전부를 압수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 미술계를 뿌리부터 흔든 예술과 자본, 욕망과 권력의 스릴러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 불똥은 튀고 있습니다.

F.B.I. Investigates Basquiat Paintings Shown at Orlando Museum of Art - The  New York Times

위작인가, 진품인가 – 25점의 ‘잃어버린 바스키아들’

사건의 시작은 “FedEx 상자에서 발견된 바스키아”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스토리지 박스에서 30년간 잠들어 있다가 우연히 발견됐다는 이 작품들은, 바스키아가 생전에 FedEx 박스 뒷면에 마커로 그렸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소유주는 윌리엄 포르지오니(William Force)와 리처드 보가(Richard Boga). 이들은 바스키아가 생전에 그래픽 디자이너 Thad Mumford에게 직접 판매했다는 ‘전설’을 곁들여, 이 미스터리한 작품들에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FBI는 수사 과정에서 Thad Mumford가 생전에 절대 그런 거래가 없었다고 명확히 진술한 서류를 확보했습니다. 이로써 이야기는 거짓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등장합니다.

게다가, 작품 중 일부에 ‘우드샵에서 사용되는 특정 브랜드의 판재’가 쓰였는데, 이 브랜드는 바스키아 사망 이후인 1990년대 중반에야 출시된 제품이었습니다. 결국 작품의 물성 자체가 시대를 거슬러 존재할 수 없다는 증거였던 것입니다.

Thad Mumford, Pathbreaking Television Writer, Is Dead at 67 - The New York  Times
그래픽 디자이너 Thad Mumford

올랜도 미술관장의 몰락 – 권위가 욕망에 굴복한 날

이 전시를 야심차게 추진한 인물은 올랜도 미술관의 관장 애런 드브로이(Dr. Aaron De Groft)였습니다. 그는 전시 개막 당시 “이 작품들은 바스키아의 위대한 미발표작이며, 미술사에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며 강한 확신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FBI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메일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드브로이는 작품의 진위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바스키아 작품이라는 점을 확신해달라”, “자네 경력에 도움을 줄 것이다” 등의 압박을 가했고, 그에 응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반박하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FBI는 이 같은 행위가 학문적 독립성과 미술계의 윤리를 심각하게 위협한 사례로 보고, 드브로이를 조사했고, 그는 결국 관장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The Orlando Museum of Art's Basquiat Fiasco - The Atlantic
올랜도 미술관의 관장 애런 드브로이(Dr. Aaron De Groft)

왜 바스키아인가? – 시장 가치와 신화의 결합

이 사건은 단순한 위작 사건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장 미셸 바스키아는 현대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고가로 거래되는 작가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 그의 작품 ‘Untitled (1982)’는 2017년 1억 1천만 달러에 낙찰, 흑인 작가 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 바스키아는 살아생전 ‘거리의 반항아’였고, 앤디 워홀과의 협업으로 대중적 명성까지 얻으며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 신화적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새로운 바스키아 작품이 발견되었다’는 말 한마디는 곧 수천만 달러의 투기 기회를 의미합니다. 그 욕망의 불꽃이 결국 이 거대한 스캔들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예술, 진실, 그리고 믿음의 붕괴

이번 사건은 미술계의 구조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감정 시스템의 허술함: 바스키아 작품의 감정은 ‘공식 재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2012년, 바스키아 에스테이트는 위작 논란에 휘말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감정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작품의 진위’는 결국 유명 평론가나 기관장의 한 마디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미술관의 권위 남용공공 기관이 투기성 전시에 뛰어들고, 작품 진위에 대한 독립성과 윤리를 포기하면서 미술관 자체의 신뢰가 붕괴되었습니다. 투자자와 컬렉터의 욕망 때문에 예술은 감상의 대상이기 이전에, 금융 자산으로 취급되는 시대입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자본적 욕망이 낳은 비극이자, 하나의 경고입니다.

올랜도 미술관 바스키아 위작 사건은 예술계가 신화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 집착이 어떤 식으로 부패와 스캔들로 이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Art and Design Gallery & Exhibitions in Miami, Flo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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