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외되는 여성 아트스트들… 남성 중심 미술계에 반기를 든 ‘게릴라 걸스’
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 Less than 5% of the artists in the Modern Art Sections are women, but 85% of the nudes are female.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벗어야 하는가? 현대예술 분야의 전체 예술가에서 여성은 5%도 채 안되지만, 누드화의 85%는 여성이다.)
[1989년 게릴라 걸스(Guerrilla Girls)의 포스터 내용]

‘거장’이라고 불리는 남성이 그린 작품을 보면, 우리는 자주 희한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나체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유혹하는 눈빛, 하얀 피부, 풍성한 젖가슴, 굴곡 있는 몸매가 강조되어 표현됩니다. 이런 그림들을 보고 관람객들은 성적인 매력을 넘어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둥, 이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여성의 모습이라는 등의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성의 누드화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런 아름다움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벌거벗어야만 하는가?”
1989년, 게릴라걸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포스터의 문구입니다. 그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당대 최고의 근대미술전에 여성 예술가의 작품은 전체의 5%수준에 불과한 반면 여성의 나체를 묘사한 작품은 85%에 달하는 상황을 비판하였습니다. 제작된 포스터 속에는 앵그르의 작품 <그랑 오달리스크>의 나체 여성이 고릴라 마스크를 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이 바로 게릴라 걸즈가 패러디한 퇴폐적이며 관능적인 여성을 묘사하기 위해, 해부학적 지식을 포기하고, 심각한 인체 왜곡을 한 그림 <그랑 오달리스크>입니다. 허리가 너무 길어 척추뼈가 일반인보다 세 마디는 더 있어 보이고, 엉덩이는 비정상적으로 크며, 왼쪽 다리는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러한 신체 왜곡은 남성 예술가들이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성적으로 대상화 한 대표작으로 꼽히게 됩니다. 앵그르의 오달리스크는 남성의 욕망과 환상이 만든 이상적 여성미를 상징했고 게릴라 걸스가 덧입힌 고릴라 가면은 이러한 시선에 대한 반기를 들게 됩니다.

페미니즘 :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
게릴라걸스는 익명으로 활동하는 여성 예술가 단체입니다. 일상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 인종차별을 폭로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미니스커트에 망사 스타킹을 신고 고릴라 마스크를 뒤집어쓴 채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게릴라걸스는 문화 전반에 밴 차별 논리에 반대하는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스스로를 게릴라 ‘걸스’로 칭한 것은 재미난 모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다. 언뜻 보기에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지만, 오히려 여성성을 연상케 함으로써 성차별적 사고에 대한 보다 노골적인 비판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미니스커트와 망사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게릴라걸스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성별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볼 때 페미니즘은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방법이다”라는 글귀가 게재돼 있습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이해하지 못합니다다. 지난 수세기 동안 여성들이 남성, 그중에서도 특히 백인 남성들이 가진 권리와 특권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며 현재까지도 그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40년간 유머와 풍자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이들
“우리는 분노하거나 가르치려 들면서 ‘이것은 나쁘다’고 얘기하는 기존의 ‘정치적 예술’과는 길을 달리하려 한다. 그것은 이미 개종한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격이다. 우리는 기존 체제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사실과 멋진 시각 이미지의 바탕 위에서 이해하기 쉬운 말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게릴라 걸스-
1985년, 몇몇 뜻이 맞는 사람들이 사비를 털어 포스터를 제작한 것으로 시작된 게릴라걸스의 활동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85년 당시 일곱명으로 시작해 30명에 달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겨우 손에 꼽힐 정도의 소수 인원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25년 활동 40주년을 맞이하는 이들은, 미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던 그들은 차츰 낙태, 전쟁, 정치, 헐리우드 등의 다양한 이슈로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이유를 묻는 홈페이지 질문에 “흥미 있는 이슈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것들로 계속 이동할 따름”이라는 답변을 하는 게릴라 걸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게릴라 걸스의 포스터가 지난 2012년 10월 9일 미국 시애틀의 시애틀 미술관에서 여성 전용 전시의 일환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포스터의 제목은 <여성 예술가의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