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의 재발견-굿윌 인더스트리(Goodwill Industries)
문을 열자마자 매장 안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와 매대에 놓인 물건을 집어 갑니다.
“매일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니까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와요.”
국내에서도 33개 매장에서 400여명의 장애인이 일하는 ‘이곳’은 기부받은 상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입니다.
한때는 누군가의 필요였지만 이제는 버려진 물건들. 그러나 그 잉여의 더미 속에서 인간 존엄과 자립의 희망을 찾아낸 이 기업은 미국을 대표하는 비영리 유통 조직, 굿윌 인더스트리(Goodwill Industries)에서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Goodwillfind 라는 헤시태그로 굿윗스토어에서 좋은 물건을 찾는 일종의 ‘보물찾기’놀이가 유행입니다.
“당신이 버린 옷이 누군가의 내일을 바꾼다”
굿윌의 시작은 1902년, 미국 보스턴의 감리교 목사 에드가 헬름(Edgar J. Helms)의 자선 프로젝트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부유층으로부터 헌 옷과 중고품을 기증받아 이를 수리하고 재판매하는 방식을 통해, 실직자와 빈민에게 일자리와 기술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호활동으로 보였지만, 헬름은 이 구조가 지속되기 위해선 단순한 자선이 아닌 ‘자활을 위한 노동 시장’이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후 120년 동안 굿윌은 단일 조직으로는 미국 최대의 비영리 단체 중 하나로 성장했고, 북미 전역을 포함해 12개국 이상에서 3,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굿윌은 연매출 약 6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대부분 중고품 재판매와 자체 리사이클 시스템에서 비롯됩니다.

굿윌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
굿윌은 일반적인 자선 단체와 다릅니다. 수익을 정부나 개인 기부에 의존하는 대신, 수익 자체를 자생적으로 창출하고 이를 사회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 모델을 따릅니다.
- 기증 → 분류 → 리퍼비시 → 매장 판매기증된 물품은 지역별 센터에서 선별되고, 상태에 따라 보수, 세척, 포장 과정을 거쳐 매장으로 이동합니다. 매장에서는 일반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고, 판매 수익은 취약계층 직업 교육, 직업 알선, 기술 훈련 등에 사용됩니다.
- 전자상거래 강화굿윌은 최근 자체 경매 플랫폼인 shopgoodwill.com을 통해 희귀 물품이나 브랜드 중고품을 판매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가방, 빈티지 시계, 레트로 게임기 등이 수백 달러에 낙찰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 친환경 리사이클팔리지 않은 옷은 압축 포장돼 제3국으로 수출되거나, 섬유 원료로 가공되어 매트리스, 단열재 등으로 재활용됩니다. 굿윌은 연간 약 40억 파운드(약 180만 톤)의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 사람을 돕는다
굿윌의 핵심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굿윌이 매년 창출하는 일자리는 11만 개 이상. 특히 지체장애인, 노숙인, 마약중독 회복자, 전과자 등 취업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고용과 직업 훈련 기회를 제공합니다. 굿윌이 제공하는 교육은 노동 훈련을 넘어, 코딩, 마케팅, 리더십 교육 등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전문 역량까지 포함합니다. 덕분에 굿윌을 거쳐 재취업에 성공한 수혜자는 매년 20만 명 이상에 이릅니다.
특히 한국 굿윌스토에서는 특히 장애인 고용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기증은 쉽고, 이용은 실용적이다
기증은 대부분 무료이며, 미국 내에서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증이 너무 많아지면 지역 매장에서 ‘기증 정지일’을 정하기도 합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럭셔리 라인업’을 따로 두고, 기증된 브랜드 제품만을 선별해 판매합니다. 심지어 웨딩드레스, 피아노, 자전거, 드론까지 기증되어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Goodwill’은 단순한 ‘선의’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윤과 자선, 소비와 책임, 쓰레기와 자원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입니다. 굿윌은 “당신이 사용하지 않는 것을 통해, 누군가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비영리적 자립’이라는 희귀한 역설을 실현하는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굿윌을 통해 소비를 넘은 기여의 방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