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 조각

Artist

지구상에서 가장 큰 조각-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

여기는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복판. 축구장 270개 정도 되는 거대한 땅(길이 2.4km, 너비 800m)에 매끈하게 가꾼 둔덕이 펼쳐지죠. 멕시코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 고대 이집트 유적을 떠올리는 삼각·사각 구조물이 펼쳐지는가 하면 SF 영화 ‘듄’의 모래 언덕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나타납니다. 2022년 일반에 공개된 예술가 마이클 하이저(78)의 기념비적 조각이죠.

작품명 ‘도시(City)’. 장장 50여 년에 걸쳐 만든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입니다. 하이저는 1960년대 말부터 명성을 쌓아온 대지(大地) 예술가.

즉, 그에게 캔버스는 광활한 땅입니다.

문명의 틈에서 태어난 조각가

마이클 하이저는 태어날 때부터 ‘지층의 언어’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의 아버지 로버트 하이저는 미국의 저명한 고고학자였고, 어린 하이저는 유적 발굴 현장에서 돌과 흙, 고대 문명의 잔해를 바라보며 시간을 배웠습니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지만, 도시는 그에게 너무 작았습니다. 갤러리의 벽은 그의 생각을 가둘 수 없었고, 캔버스 위의 평면은 그에게 지나치게 얇았죠. 결국 그는 ‘예술이 인간보다 더 오래 남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 후반, 그는 뉴욕을 떠나 네바다와 유타를 오가며 대지를 직접 깎기 시작합니다. 하이저가 스스로 말하길,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지구와 대화하는 일”이었고, 그가 개척한 대지예술은 바로 이 욕망의 결과였습니다.

I Ventured to Michael Heizer's Remote Land Art Masterwork—And Left  Transformed

지구를 조각하기 위한 첫 번째 선언

1969년, 그는 미국 미술계가 충격을 감당할 준비도 되기 전에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모아파 근처의 메사 절벽 양쪽에서 24만 톤의 암석을 걷어내 만든 457m 길이의 거대한 부재의 공간 <Double Nagative. 하이저는 이때 이미 인간의 손이 만든 가장 큰 조각의 개념을 스스로 확장하고 있었죠.

이 작업은 단순히 “큰 작품”이 아니라, 대지를 하나의 조각 재료로 선언한 미술사적 사건입니다. 그는 여기에 작은 인간을 세워두고, 거대한 자연의 선과 그 틈을 바라보게 했습니다. 하이저에게 조각은 돌을 붙이는 일이 아니라, 지구에서 시간을 도려내는 일이었습니다.

Double Negative, a curious work of art in a remote canyon in northeastern  Nevada

도시를 가로지른 바위—340톤의 공중부양

그의 야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졌습니다. 2012년 LA의 한복판에서 공개된 <공중에 뜬 덩어리>는 무려 340톤의 화강암 덩어리를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게 만든 작품입니다. 바위를 LACMA까지 운반하는 과정은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했고, 시민들은 새벽마다 트레일러가 지나가는 길목에 나와 “예술이 이동하는 장면”을 목격했죠.

작품 아래를 지나가는 관람객들은 거대한 자연물과 인공적 구조 사이의 긴장을 체감합니다. 하이저는 말합니다. “작품이란 건, 보는 이에게 자신보다 오래 살아남을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이죠.”

50년 동안 사막에 건설된 문명

그러나 모든 작품은 결국 하나를 향해 모였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조각, 그의 인생 전체를 삼켜버린 프로젝트 <City> (1970–2022).

길이 2.4km, 폭 0.8km. 고대 제국의 성채와 활주로,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구조물들이 사막 위에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습니다. 그는 1970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홀로 진행하며, 이곳을 자신의 종교처럼 지켰습니다. 정부 개발 계획이 닥쳤을 때도, 환경 규제 논쟁이 불어닥쳤을 때도 그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만든 문명은 언젠가 사라지죠. 하지만 사막에 새긴 건 다릅니다.”

2022년, 이 작품은 마침내 공개되며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전 세계 미술계는 그제야 깨달았죠.
마이클 하이저는 단순히 대지예술가가 아니라, ‘지구 크기의 조각’을 상상한 마지막 거장이었다는 사실을요.

Michael Heizer's City: a monument 50 years in the making

지구 위에 남기고자 한 한 문장의 기록

하이저의 작업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지구를 조각하는 행위’입니다. 그는 작은 작품을 싫어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 인간의 생애보다 짧아지는 현실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막 한복판에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규모의 구조물을 남겼고, 이는 앞으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지층의 일부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의 예술은 결국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예술이란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Michael Heizer's Monumental “City” | The New Y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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