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야외 조각– ‘깁스 팜(Gibbs Farm)’
뉴질랜드 오클랜드 북부, 와카워 와카워(Waikoukou) 계곡에 숨겨진 거대한 평원. 이곳에는 소 떼가 풀을 뜯고 있지만, 그 너머에는 현실을 뚫고 나올 듯한 조각들이 하늘과 땅을 찢고 있습니다. 마치 지구 바깥의 세계에 떨어진 듯한 초현실의 미술관. 이곳이 바로 ‘깁스 팜(Gibbs Farm)’입니다.

“나는 작품을 사는 것이 아니다. 풍경을 완성하는 조각을 찾는 것이다.” – 앨런 깁스
깁스 팜은 억만장자이자 수집가, 그리고 급진적 자본가 앨런 깁스(Alan Gibbs)의 비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뉴질랜드 출신의 사업가이자 발명가이며, 1960년대 이후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해온 대표적 인물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네오리버럴리스트, 철학적으로는 ‘공간의 조각’을 추구한 인물입니다.
1991년, 앨런 깁스는 오클랜드 북쪽 카우카우 밸리에 위치한 약 400헥타르(4km²) 규모의 목장을 매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땅은 ‘농장’이 아닌 ‘조각의 성역’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야외 조각 공원이자, 살아 있는 예술의 실험장이 되었습니다.
앨런 깁스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그는 풍경의 큐레이터이자, 조각의 전략가입니다. 그의 조각 수집은 단순한 소유가 아니라, 작가와의 장기 협업을 통한 ‘풍경을 완성하는 예술’의 창조 행위입니다.
그는 예술가에게 요구합니다: “이 땅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어라.”
이처럼 깁스는 자연을 ‘캔버스’로, 예술가를 ‘조형의 기술자’로 만들어버립니다. 그의 농장은 예술과 권력이 교차하는 실험장입니다.

깁스 팜의 대표 조각들 – “대지는 예술을 품습니다”
이곳의 작품들은 거대한 풍경 조작(Land Manipulation)이자 지형과 예술이 융합된 대형 구조물입니다. 현재까지 30여 점의 초대형 조각이 상설 전시되고 있으며, 그 크기와 스케일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 ‘Horizons’ – Neil Dawson (1994)
깁스 팜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만화 속 풍선처럼 보이는 이 구조물은 철제 메쉬로 제작된 거대한 구름 조각입니다. 멀리서 보면 가볍게 떠 있는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현실과 환영의 경계가 무너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2. ‘Dismemberment, Site 1’ – Anish Kapoor (2009)
길이 85미터, 높이 2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붉은 고무 구조물입니다. 자궁처럼 보이기도 하고, 해부된 신체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조형물은 보는 이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줍니다. 바람이 불면 거대한 호흡 소리를 내며,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울부짖습니다.

3. ‘Te Tuhirangi Contour’ – Richard Serra (2001)
길이 257미터에 달하는 곡선 철판이 언덕을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지의 곡률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금속의 선은 중력을 무시한 듯한 인상을 주며, 걷는 이로 하여금 공간 감각을 완전히 재구성하게 만듭니다.

4. ‘88.5° ARC x 8’ – Bernar Venet (2003)
8개의 아치형 강철 구조가 중첩되어 있는 이 작품은 기하학적 정밀성과 물리적 무게감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과학, 수학, 예술이 하나로 융합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5. ‘Red Cloud Confrontation in Landscape’ – Leon van den Eijkel (1996)
형형색색의 정육면체 구조물이 나무처럼 솟아 있습니다. 이는 도시적 색채와 원시적 풍경이 충돌하는 지점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관객에게 현대성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위치와 티켓
깁스 팜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시 개방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예술 애호가들과 대중을 위한 배려로 정기적인 오픈 데이(Open Day)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때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 주소: 2421 Kaipara Coast Highway, Makarau, Auckland, New Zealand
- 교통:
- 오클랜드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 * 대중교통은 미비하므로 자가용 또는 투어 이용을 권장합니다
입장 방법과 티켓 정보
- 입장료: 무료이나, 대부분의 방문은 비영리 단체의 기부 프로그램 또는 예술 전문 투어 패키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 예약 필수: 깁스 팜 공식 웹사이트 또는 협력 단체를 통해 사전 예약 필요 *연간 수 차례만 입장 기회가 주어지므로 예약 경쟁이 치열합니다
주요 방문 프로그램
- Art Travel NZ: 고급 예술 전문 투어
- Sweet Louise: 기부를 통한 암 환자 후원 투어
- Mincher Experience: 헬리콥터 프라이빗 투어 등 럭셔리 체험
깁스 팜의 본질은?
“조각은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가?”
“자연은 예술의 일부가 될 수 있는가?”
“사유지는 공공 예술보다 더 위대한 것을 만들 수 있는가?”
깁스 팜은 하나의 예술 도시이자, 조각의 은하계이며, 권력과 미학이 결합된 독보적인 실험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