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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진짜란 무엇인가? 아우라, 그리고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루브르 박물관에 직접 간 적이 없어도, 우리는 모두 ‘모나리자’를 알고 있습니다. 핸드폰 속 사진, 검색창 이미지, 심지어 이모티콘에서도 그녀는 미소 짓죠. 그런데 묻습니다. 그건 정말 ‘모나리자’일까요?

지금 우리의 손안에는 무한히 복제된 이미지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시대, 우리는 진품과 복제의 경계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과연 지금 우리가 보는 예술은 ‘진짜’일까요?

20세기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이미 90년 전,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The 'Mona Lisa' isn't actually staring at you

한 철학자의 질문

20세기 초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예술이 기술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누구보다 일찍 포착했습니다. 그는 베를린에서 태어나 문학, 미학, 사회비평을 넘나들며 활동했죠. 그는 예술을 감상하는 일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감각이 겹쳐지는 순간의 체험이라 여겼죠. 하지만 그에게 세상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도망쳤지만, 결국 스페인 국경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죽음 이후에서야, 그의 사유는 예술과 기술을 잇는 가장 예리한 철학으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의 사상 — 특히 ‘아우라(Aura)’라는 개념은 여전히 오늘날 예술 담론의 중심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Walter Benjamin - Smolny Beyond Borders

아우라란 무엇인가 — ‘진품’의 숨결

벤야민은 예술작품이 지닌 ‘한 번뿐인 존재감’을 ‘아우라’라 불렀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원본의 가치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그 장소, 그 시간, 그 빛 속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분위기이자 ‘고유한 현존감’. 이 모든 것이 작품의 아우라입니다. 예를 들어 루브르 박물관에서 직접 마주하는 모나리자와, 휴대폰 화면으로 보는 이미지의 차이는 단순한 화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자리의 공기, 빛의 온도, 사람들의 숨결이 만들어내는 ‘거리감’이 바로 아우라입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1936)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복제 가능한 기술의 발전은 예술의 아우라를 사멸시킨다.”

즉, 사진이나 영화, 인쇄물은 작품을 대중에게 널리 퍼뜨리지만, 동시에 그 ‘한 번뿐인’ 경험을 지워버린다는 것입니다.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 | 발터 벤야민 | 길 - 예스24

아우라의 소멸

하지만 벤야민은 단순히 ‘아우라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복제가 예술을 신전에서 끌어내려, 대중의 손에 쥐어줬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엔 귀족과 교회만이 예술을 향유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예술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그에게 복제는 파괴가 아니라 민주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오늘날 SNS 속 밈(meme), 리믹스 영상, AI 이미지까지 — 우리가 ‘공유’하고 ‘변형’하는 모든 행위는 이미 벤야민이 말한 “새로운 예술의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The last days of Walter Benjamin

디지털 복제 시대, 아우라는 죽었을까?

NFT가 등장하며 ‘디지털 진품’이 탄생했고, 사람들은 여전히 “이건 원본이야”라고 외칩니다. 아이러니하죠. 무한 복제가 가능한 세계에서, 우리는 더더욱 ‘유일한 것’을 원합니다. 벤야민이 말했던 ‘아우라’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디지털 신호 속으로 이주한 것뿐이죠.

어쩌면 지금의 아우라는, 손끝으로 이미지를 넘기며 ‘좋아요’를 누르는 그 짧은 찰나에, 혹은 어떤 영상이 나만의 기억으로 남는 바로 그 순간에 다시 태어나는지도 모릅니다.

“진짜”란 결국, 당신이 느낀 바로 그 경험

벤야민에게 예술의 본질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예술의 진짜 힘이 “보는 행위가 아니라 느끼는 행위”에 있다고 말했죠. 복제가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감각은 복제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 복제 시대의 진품이란 결국, 기계가 아닌 인간의 감정이 남긴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화면 속 모나리자를 볼 때, 그 미소가 나에게만 다르게 느껴진다면 — 그 순간, 아우라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How the Louvre's other famous heist became part of art history | The  Indepen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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