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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과 복제의 실험-셰리 레빈(Sherrie Levine)

“진짜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의 가치는 창작자의 손끝에서 탄생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순간 정해지는가?”

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아티스트, 셰리 레빈(Sherrie Levine). 그녀는 타인의 작품을 그대로 복제해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현대 미술계를 혼란과 충격 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예술계는 그녀를 두고 극렬히 갈렸습니다.

  • “그녀는 현대미술의 철학을 뒤흔든 천재다.”
  • “그녀는 그냥 예술을 도용하는 사기꾼이다.”

도대체 셰리 레빈은 누구이며, 그녀가 벌인 예술적 반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뒤샹을 넘어서: 예술의 개념 자체를 복제하다

셰리 레빈의 대표작 중 하나는 《샘: 마르셀 뒤샹 이후 (Fountain: After Marcel Duchamp)》입니다. 이 작품은 현대미술의 혁명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1917년작 샘(Fountain)을 금색으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 뒤샹은 원래 기성품(변기)을 가져와 예술 작품이라고 선언했는데, 레빈이 그것을 다시 복제하면 그것도 예술이 되는가?
  • 복제의 복제도 새로운 창작물이 될 수 있는가?

레빈은 예술의 원본성과 창조성의 개념 자체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하며, “과연 진짜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Sherrie Levine <Fountain: After Marcel Duchamp>, 1996

예술 사진을 내가 카메라로 찍으면 그것도 나의 예술일까?

레빈의 가장 논란이 많았던 작업 중 하나는 1981년 발표한 《워커 에반스 이후(After Walker Evans)》 시리즈입니다.

그녀는 1930년대 대공황 시절을 기록한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워커 에반스(Walker Evans)’의 사진을 그대로 다시 촬영한 후, 자신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녀는 셔터를 한 번 누른 것뿐이었지만, 그것을 ‘셰리 레빈의 작품’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당연히 이 작업은 어마어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이건 도둑질이다. 원작자의 노력과 감각을 훔친 것일 뿐이다.”
  • “오히려 예술의 본질을 꿰뚫는 천재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놀랍게도 레빈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전시되며 인정받았습니다.
이것이 예술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예술이라고 부를 것인가?

Sherrie Levine | After Walker Evans: 6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셰리 레빈 <After Walker Evans: 6>
실존주의 소고 (小考) : EP.2 셰리 르빈(Sherrie Levine)의 카메라와 실존주의적 확장
셰리 레빈 <After Walker Evans: 4>

‘전유 미술(Appropriation Art)’의 선구자, 레빈

셰리 레빈이 활동한 1980년대는 ‘전유 미술(Appropriation Art)’이 떠오르던 시기였습니다. 이 운동은 기존의 예술작품을 가져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저작권과 창작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전유 미술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유명 광고 사진을 그대로 재촬영하여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
  •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대중매체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조합하여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 제작
  • 제프 쿤스(Jeff Koons): 기성품과 대중문화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원본과 복제의 개념을 조롱

레빈은 이들 중에서도 가장 과감하게 원본을 복제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After Egon Schiele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After Egon Schiele>, 1982,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쉬엘레의 자화상 18점을 사진 찍은 뒤 자신의 작품으로 개념화

“그녀는 결국 예술계의 승리자가 되었다”

셰리 레빈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통적인 예술 개념에 대한 도전으로 평가되며 예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도 뉴욕 현대미술관(MoMA),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휘트니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예술은 기존 예술의 반복일 뿐이다.” 그녀의 이 말이 맞다면, 우리는 새로운 창작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모든 예술은 결국 또 다른 예술의 복제일 뿐일까요?

셰리 레빈이 예술계에 던진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녀의 도발적인 작업은 우리가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Sherrie Levine | Meer
Sherrie Levine < Alligator, 2014>

“그렇다면, 당신의 예술 정의는?”

셰리 레빈은 예술의 본질을 해체하고, 기존의 개념을 뒤흔들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철저히 무너뜨렸고, 그 결과, 예술은 이제 더 이상 ‘무엇이 창작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예술로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철학적 문제로 변화했습니다.

이제 당신이 예술 작품을 볼 때,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십시오.

“이 작품이 진짜 예술인가?”
“아니면, 단순한 복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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