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처음 만난 그 곳, 오스트리아 ‘카페 뮤지엄(CAFÉ MUSEUM)’
클림트가 커피 한잔을 주문한다. 맞은편엔 에곤 실레가 앉아있다. 그들은 예술과 철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친다. 100년 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한 커피하우스의 모습입니다.


‘카페 뮤지엄(CAFÉ MUSEUM)’
1899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유명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가 인테리어를 한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돌프 로스는 장식은 배제하고 기능을 강조하는 모던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당시로는 매우 충격적이였습니다. 당시 19세기말~20세기 초 비엔나에서 벌어진 예술운동은 회화, 조각, 장식예술, 디자인, 패션 등 매우 장식적이고 화려한 예술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이를 주도했던 인물들은 클림트(화가), 바그너(건축가), 에곤 실레, 콜로만 모저(디자이너) 등입니다. 비엔나 뿐만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는 이러한 예술사조가 유행했는데, 스페인에서는 건축가 가우디, 체코에서는 화가 알폰스 무하가 화려한 곡선과 장식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장식과 범죄-아돌프 로스
그러나 카페 뮤제움은 어찌보면 기능주의를 넘어, 밋밋하기까지 한 인테리어로 성의 없다는 조롱을 받으며 ‘카페 니힐리즘(카페 허무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돌프 로스는 1908 <장식과 범죄 Ornament und Verbrechen>라는 논문을 발표할만큼, 기능이 없는 장식은 불필요하고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즉, 화려한 장식을 강조하는 아르누보 사조와는 정 반대 신념의 건축가였습니다.
아돌프 로스는 예술가가 디자인한 장식적인 의자는 아름답지만, 앉았을 때 몹시 불편하며 이는 ‘의자’라는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에 본래 ‘의자’의 목적을 고민하고 이에 따라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의자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가 이러한 과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카페 뮤지엄 전체를 실용적인 가구로 채워넣었습니다. 타 커피하우스와는 다른 형태의 공간에 사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아돌프 로스가 비판했던 빈분리파 예술가들이 카페 뮤지엄을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장식주의 예술 사조 아르누보와 빈분리파의 대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이곳을 자주 찾았습니다. 클림트와 그의 제자 겸 평생의 친구 에곤 실레와 첫 만남 또한 이곳이었습니다. 바로 카페 뮤지엄에서 무명의 청년 화가 에곤 실레는 당시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클림트에게 자신의 드로잉을 선보이게 됩니다. 클림트는 그의 재능을 아주 높게 사고, 에곤 실레의 평생의 후원자이자, 스승이자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 죽을때까지 오스트리아 예술계를 함께 이끌게 됩니다.
장식주의를 비판한 건축가가 디자인했지만, 화려하기 그지 없는 아르누보 양식에서 영향을 받은 빈분리파 작가들이 사랑한 이곳, 비엔나 커피하우스 ‘카페 뮤지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