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상 2025 ② – 네나 칼루(Nnena Kalu), 억압된 감각의 폭발
언어 이전의 예술, 몸으로 말하는 작가
스코트랜드 출신의 네나 칼루(Nnena Kalu)는 말을 하는 대신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자르고, 감고, 포개고, 중첩시키며 새로운 조형 언어를 창조해냅니다. 바로 이 비언어적 감각의 폭발이 그녀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힘입니다.
칼루는 런던 태생의 흑인 여성으로, 자폐와 복합적 지적장애를 가진 작가입니다. 그녀의 나이는 50세에 가까워졌지만, 예술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일입니다. 미술사에서 자주 배제되었던 인물군—흑인, 여성, 장애인, 비전형 예술가—에 속하면서도, 그녀는 제도화된 시선에 포획되지 않고 오직 ‘행위 자체’로 말하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아틀리에에서 태어난 조형적 생명체들
칼루의 작업은 그녀가 매일 출근하는 스튜디오 로타(Studio Rawta) 같은 지원 스튜디오에서 태어납니다. 그녀는 수 시간 동안 줄을 감고, 테이프를 붙이고, 천과 플라스틱을 쌓아올리며 강박적이고 리드미컬한 조형물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행위의 반복성, 리듬감, 신체적 개입이 동시적으로 결합된, 퍼포먼스와 조형의 경계에 선 작업입니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Wrapping Forms」시리즈는 천, 종이, 끈, 셀로판 테이프 등 일상적인 소재들이 감기고 감기며 거대한 유기체로 진화하는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됩니다. 작품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늘 과정 중에 있고, 늘 생장합니다.

미술관이라는 제도의 틀 밖에서
그녀는 미술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갤러리를 통해 입문하지 않았습니다. 1999년부터 학습 장애가 있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런던 기반 단체인 액션스페이스(ActionSpace)의 회원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자폐증에 언어 장애까지 있는 칼루에게 예술 활동은 개인적인 표현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지원예술(Supported Studio Art)’이라는 예술계의 제도 바깥에서 시작된 네나 칼루의 작업은 본래 비전시적이며, 내면적이고 사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예술적 리듬감은 단번에 미술계의 눈에 포착되었습니다. 2018년 BBC 다큐멘터리에서 그녀의 작업이 소개되며 관심이 집중되었고, 이어 Barbican Centre, Glasgow International, Humber Street Gallery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점차 예술 제도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제도화되면서도 자신의 원형적 언어를 전혀 잃지 않았습니다. 비언어적 예술가로서, 그녀의 작업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감각영역을 여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터너상 사상 첫 ‘지원예술’ 출신 작가의 지명
네나 칼루의 지명은 터너상 역사상 첫 ‘장애예술 지원 스튜디오’ 출신 작가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다양성의 수용이 아니라, 예술의 정의 자체를 다시 묻는 질문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미술사의 계보, 아방가르드의 혁신, 혹은 미학적 평가 기준에 기대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 모든 프레임을 넘어서 ‘예술이 어떻게 생겨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몸으로 증명하는 작가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좋고, 설명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