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상 2025 ③ – 르네 마티치(Rene Matić), 검은 퀴어의 시선
혼혈, 혼성, 혼종의 정체성
르네 마티치는 1997년 영국 피터버러(Peterborough) 출신의 흑인-백인 혼혈 퀴어 작가입니다. 그/그녀(rené는 they/them으로 지칭)를 따라다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혼종성(hybridity)”입니다.
마티치는 “나는 항상 중간 지대에 서 있었다”고 말해왔습니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란 그는 흑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백인 중심 사회 안에서도 완전한 소속을 허락받지 못한 채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주변성과 배제감은 그의 작업 세계 전체에 정치적 정체성, 가족성, 그리고 거리 문화를 통한 감각적 대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펑크와 팬더, 그리고 포스트식민 이미지
르네 마티치는 초기 작업에서부터 펑크 문화와 포스트식민 담론을 날카롭게 교차시켰습니다. 특히 “Blak Britishness”, 즉 흑인성과 영국성의 긴장 관계에 대한 작업을 지속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작업 시리즈「존재하지 않는 국가를 위한 깃발과 존재하는 기관들 (flags for countries that don’t exist but bodies that do)」(2021–)는 존재하지 않는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들을 통해, 흑인 디아스포라 정체성의 무국적성을 시각화합니다. 동시에, 르네는 영국 펑크문화의 상징이자,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참여한 스킨헤드(Skinhead) 커뮤니티의 멤버로도 활동하며, 사진과 조각을 통해 정치적 스타일의 전복을 시도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종종 Black Panther와 펑크 락, 큐어(Cure), 그리고 남부 런던의 그라임(Grime) 문화를 동일 선상에 놓고 작업합니다. 이미지와 텍스트, 퍼포먼스가 혼합된 그의 작업은 현대 영국 사회의 정체성 정치, 특히 흑인 퀴어의 존재론적 경험을 직접적으로 담아냅니다.

사진이라는 정치적 도구
2025년 터너상 후보 지명의 결정적 계기는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ICA London)에서 열린 개인전 「upon this rock」(2024)이었습니다. 이 전시는 사진과 오디오, 텍스트, 그리고 기념비적 조각이 혼재된 설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마티치는 자신의 가족, 친구, 커뮤니티를 찍은 수십 점의 포트레이트를 통해 흑인 퀴어 주체들의 ‘존재의 정치’를 시각화합니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누락되고 무시된 주체를 선언하는 행위로 기능합니다.
그가 제출한 주요 출품작은 바로 이 전시의 일부 시리즈로,「new promises, same skies」(2024)는 CCTV 형식의 영상, 폴라로이드 사진, 흑백 프린트, 그리고 영국 국기를 찢어 만든 조형 깃발로 구성된 복합 매체 설치입니다. 테이트 심사위원단은 이를 두고 “불안정한 국가 정체성 속에서 자신의 몸으로 언어를 다시 구성한 실천적 작업”이라 평가했습니다.

르네 마티치가 터너상에 의미하는 것
르네 마티치의 지명은 단순한 젠더/인종적 다양성 수용이 아닙니다. 그는 영국 미술계 중심부가 가장 불편해하던 정치적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그것을 미학적으로 변환하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터너상이 매번 그랬듯, 마티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보다는, “누가 예술가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존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