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상 2025 ⑤ – 모하메드 사미 – 피난자의 그림은 말이 없다
이라크에서 런던까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하메드 사미(Mohammed Sami)는 1984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났습니다. 유년 시절 내내 전쟁 속에서 살았고, 사담 후세인 정권의 억압적 체제 아래에서 예술을 공부했습니다. 그는 군의 징병을 피해 도망쳤고, 망명자로 스웨덴을 거쳐 영국으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 개인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의 작업 그 자체입니다. 모하메드 사미의 회화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적막한 실내, 버려진 침대, 벽에 남은 피의 자국, 닫히지 않는 문—이런 것들이 그의 그림의 주요 소재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없습니다. 어떠한 작품에도,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폭력, 침묵 속의 목격
그의 그림은 ‘무언가 있었던 자리에 남은 흔적’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를 통해 그는 폭력의 부재, 혹은 부재가 증언하는 폭력을 이야기합니다. 「The Fountain」(2023) 같은 작업은 아무도 없는 공원의 분수를 그리지만, 물이 흐르지 않고, 바닥에 이상한 얼룩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미는 말합니다.
“나는 전쟁을 재현하지 않는다. 전쟁의 감각을 기억 속에서 끌어올린다.”
2024년 Camden Art Centre에서의 개인전은 그가 심상적 풍경화를 통해 트라우마를 은유하는 방식의 정점을 보여주었고, 이 전시가 바로 2025년 터너상 후보 지명의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주요 출품작은「Nocturne for an Abandoned Room」(2024)으로, 텅 빈 군 병원의 병실을 묘사한 대형 캔버스입니다. 그림은 암청색과 갈색이 반복적으로 중첩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과 기억의 착시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사미는 왜 침묵하는가
사미는 인터뷰에서 “나의 그림은 말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그림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 없지만, 그의 그림은 어느 누구보다 정치적입니다. 사미의 작업은 ‘보지 못한 이들의 시선’을 회복하는 공간이며, 기억의 정치학을 시각 언어로 치환하는 고독한 예술적 투쟁입니다. 터너상이 그를 선택한 것은, 폭력의 잔재를 가장 섬세하게 그려낸 ‘침묵의 정치’에 대한 경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