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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파헤치기①-펄프(Pulp)

2025년 8월 1일부터 3일까지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20주년을 맞아 ‘펜타포트 2.0’이라는 슬로건 아래 더욱 풍성한 라인업과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이합니다. 브릿팝의 4대 천왕으로 불리는 밴드 ‘펄프(Pulp)’가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인천펜타포트 무대를 통해 내한을 확정지었습니다.

펄프(Pulp): 브릿팝의 아이콘, 첫 내한

펄프는 1978년 영국 셰필드에서 결성된 밴드로, 1990년대 브릿팝 열풍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리드 보컬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의 독특한 보컬과 날카로운 사회적 통찰이 담긴 가사로 ‘Common People’, ‘Disco 2000’, ‘Babies’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2001년 ‘We Love Life’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펄프는 2025년 새 앨범 [More] 발매를 예고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은 그들의 첫 내한 공연으로, 오랜 시간 기다려온 국내 팬들에게 특별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Jarvis Cocker: 'I have a terrible temper on me' | Music | The Guardian

섹스, 빈티지, 계급의 냄새로 가득한

그들은 오아시스처럼 욕망을 외치지 않았고, 블러처럼 예술가적 관조에 빠지지도 않았습니다. 펄프(Pulp)는 ‘일상’과 그 밑에 숨겨진 욕망, 계급, 성(性), 외로움, 냉소를 전시했습니다. 1978년, 리즈에서 시작된 이 밴드는 그렇게 20세기 말의 영국을 가장 솔직하게 노래한 자들이 되었고, 21세기 다시 돌아와 세속적 아름다움의 파편을 또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펄프는 1978년, 잉글랜드 셰필드에서 한 15세 고등학생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에 의해 결성됐습니다. 당시 이름은 ‘Arabacus Pulp’, 즉 펄프(pulp fiction)처럼 끈적하고 저렴한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퇴근 후 마시는 술, 먹는것, 끈적한 섹스, 흘리는 땀이 이 밴드의 정체성이었습니다. 밴드 초창기엔 수많은 멤버가 들고났으며, 80년대엔 사실상 잊힌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90년대에 접어들며, 펄프는 브릿팝의 반(反)스타일로 부상합니다.

자비스 코커는 ‘섹스’와 ‘빈곤’, ‘관음’을 철학적 코드로 바꿨습니다. “나는 섹스를 원하지만, 내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정서가 그의 모든 곡에서 흐릅니다. ‘Common People’에서 그가 외친 “She came from Greece, she had a thirst for knowledge…”는 단지 대학생에 대한 풍자가 아니라, 좌절된 노동계급의 욕망 자체였습니다.

Pulp: 10 of the best | Pulp | The Guardian

“그녀는 그리스에서 왔고, 지식에 목말라 있었다”

‘Common People’의 서사는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가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에서 만난 한 그리스 출신의 부유한 여학생과의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자비스는 그녀의 말에서 계급적 특권을 낭만화하는 위선을 느꼈습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네가 상상하는 것처럼 낭만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곡에 담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자비스가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

‘Common People’은 상류층의 ‘계급 관광(class tourism)’을 비판하며, 진정한 평범함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자비스는 곡에서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고 말하며, 특권층의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당시 영국 사회의 계급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Common People’은 펄프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Different Class’의 리드 싱글로, 1995년 5월에 발매되었습니다. 이 곡은 영국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끌었고, 브릿팝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BBC 라디오 6 뮤직의 청취자 투표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브릿팝 곡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해체’ — 욕망은 끝났고, 현실만 남았다

펄프의 대표곡으로는 “Common People”, “Disco 2000”, “Babies”, “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 등이 있으며, 이들은 브릿팝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곡들로 평가받습니다. 이들의 음악은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풍자와 위트를 담아내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2002년, 자비스 코커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끝났다”며 펄프의 활동을 중단합니다. 이후 그는 솔로 활동, 다큐멘터리 출연, 음악감독 등의 커리어를 이어가며 펄프의 그림자를 계속 불러옵니다. 하지만 사실상, 펄프는 한 세대의 목소리로 충분히 강렬했습니다. 그들은 ‘브릿팝’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고, 바로 그 ‘언더’였기에 오히려 더 깊은 공감과 숭배를 받은 아이콘이었습니다.

Pulp - Iconic British Rock Group | uDiscover Music

2023년, 그리고 부활 —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3년, 펄프는 갑작스럽게 재결합을 선언합니다. 11년 만의 귀환이었습니다. 팬들은 “우리는 여전히 common people이다”를 외쳤고, 자비스는 여전히 위태로운 몸짓으로 무대를 누볐습니다. 이본 6월 24년 만의 정규 앨범 ‘모어'(More)를 발매하는 이들은 신곡과 히트곡을 아우르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들의 복귀에는 단순한 향수가 아닌 현대의 다시금 무너지는 계급, 젠더, 문화 정체성의 혼란 속에 던지는 펄프식 유머와 고발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그들은 다시 한국 땅을 밟습니다. 그것도 헤드라이너로.

Pulp (band) - Wikipedia

펜타포트 2025 : 2025년 8월 2~ 4일, 송도달빛축제공원

  • Pulp(펄프) @welovepulp
  • ASIAN KUNG-FU GENERATION(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akfg_official
  • BEABADOOBEE(비바두비) @radvxz
  • DEAFHEAVEN(데프헤븐) @deafheavenband
  • 장기하(CHANG KIHA) @kihachang
  • HYUKOH & SUNSET ROLLERCOASTER (혁오 & 선셋 롤러코스터) @hyukohofficial @sunsetrollercoaster
  •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galaxy_express_official
  • 김뜻돌 (MEANINGFUL STONE) @meaningful_stone
  • 나상현씨밴드 (BAND NAH) @band_nah
  • 다양성 (DAYANGSUNG) @official_dayangsung
  • 단편선 순간들 (Danpyunsun & The Moments Ensemble)

특히 펄프의 내한은 국내 록 팬들에게 있어 ‘90년대 청춘의 귀환’과 같은 사건입니다. 시대를 초월한 음악성과 메시지로 다시금 대중과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주목해보시길 바랍니다.

Pulp are getting back together for gigs in 2023, Jarvis Cocker confirms |  Ents & Arts News | Sk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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