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사적 복수 : 퇴폐미술전
1937년, 뮌헨. 어두운 조명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들이 기울어져 있고, 불안정하게 걸려 있거나 바닥에 떨어질 듯 위태롭게 놓여있습니다. 벽에는 ‘미친 짓!’, ‘타락!’ 같은 모욕적인 글씨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예술 감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완전히 모욕하고 깎아내리기 위한 공간입니다. 당시 이 전시에서는 112명의 예술가들이 공격받았고, 그 중에는 오늘날 우리가 높이 평가하는 거장(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뭉크 등)도 있습니다.

모욕하기 위한 전시
히틀러가 원래 화가를 꿈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0대 시절, 그는 예술학교에 지원했지만 두 차례나 낙방한 뒤 예술계와 멀어졌습니다. 특히 당시 유럽을 휩쓴 추상 미술과 모더니즘이 그의 작품 스타일과는 너무나 달랐고, 이에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피해의식과 복수심을 품게 됐죠. 결국, 히틀러는 나치 정권의 수장이 되어 자신이 미워했던 예술을 탄압하며 그동안 겪은 설움과 수치를 털어내고자 했습니다.
히틀러에게 퇴폐라는것은 ‘순수하지 않은 것’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이를 미술 작품에도 적용시켰던 것입니다.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입체파 같은 예술 운동을 조롱하고, 그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자신들의 ‘순수한 독일 예술’ 비전과 맞지 않는 모든 예술을 퇴폐적이라 낙인찍고, 이를 제거하려 했습니다.


의도와 다른 엄청난 성공
전시는 뮌헨 및 베를린을 시발로 하여 이후 독일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였으며 20세기 전반부에 최대관객을 동원한 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물론 독일인들이 <퇴폐미술전>전을 보게끔 강요하는 분위기를 만든 나치정권의 영향도 있었지만 전시의 파격성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편 <퇴폐미술전>과 비슷한 시기에 근처 전시장에서는 <위대한 독일예술>전이 열렸습니다. 굉장히 고전적인 조각과 그림들과 나치가 내세운 미적인 기준들이 전시장 안을 가득 채웠고 인기는 <퇴폐미술전>전에 비해 한참 떨어졌습니다.
![아트인사이트 – [Opinion] 퇴폐미술전에서 발견한 '동시대'의 의미 [문화 전반]](https://www.artinsight.co.kr/data/news/1701/982313841_iQS6x7yj_EntarteteKunstLineSm.jpg)
핑백: 미완의 예술가였는가? 아니면 미친 독재자였는가-아돌프 히틀러 – a Piece of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