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예술 한 조각

Artist

4.5 ℓ의 피🩸-마크 퀸(Marc Quinn)

자신의 피로 만든 조각? 마크 퀸, 예술의 한계를 무너뜨리다

“내 몸의 일부로 작품을 만든다면, 나는 그것과 하나가 되는 걸까?”

이 충격적인 질문을 던지며 예술의 한계를 철저히 무너뜨린 현대미술의 악동, 마크 퀸(Marc Quinn).
그는 단순한 조각가가 아닙니다. 자신의 피, 장애인의 몸, 뇌손상 환자의 뇌를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예술가입니다.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 중 한 명이자, YBA(Young British Artist)를 대표하는 가장 혁신적인 작가인 그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창작과 영감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자신의 피로 만든 조각’ – 얼음 속에 갇힌 생명

마크 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대표작은 바로 ‘Self(자아)’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은 그가 직접 자신의 피를 4.5리터 채취하여 만든 두상 조각입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1. 1년에 걸쳐 자신의 피를 500ml씩 채혈하여 모읍니다.
  2. 자신의 얼굴을 본뜬 실리콘 몰드에 혈액을 부어 얼립니다.
  3. 영하 15도를 유지하는 특수 냉장고에 전시하여 형태를 유지합니다.

이 작품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전원이 꺼지는 순간, 조각은 녹아내려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즉, 이 작품은 타인의 도움 없이 존재할 수 없는 ‘불안정한 자아와 인간의 나약함’를 상징합니다.

실제로 2002년, 영국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보관 중이던 ‘Self’가 직원의 실수로 전원이 꺼져 녹아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퀸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아는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불안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5년마다 자신의 혈액을 채취해 새로운 ‘Self’를 만들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까지 총 5개의 작품이 존재합니다.
이 시리즈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계속 제작될 예정이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더 이상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이 작품의 연작 중 하나는 서울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실 안에는 작품을 보관하는 냉장고가 고장 날 것을 대비해 예비 냉장고가 하나 더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애인의 몸을 조각으로? ‘완벽한 육체’에 대한 도발

마크 퀸은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하는 몸을 예술의 중심에 세우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시리즈가 바로 ‘The Complete Marbles(완전한 대리석)’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리스 조각처럼 완벽한 신체를 미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퀸은 이 관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절단 장애를 가진 실제 인물들의 몸을 본떠 대리석 조각으로 제작했습니다.

대표작:

  • ‘앨리슨 래퍼(Alison Lapper Pregnant)’양팔과 다리가 없는 구족화가 앨리슨의 임신한 모습을 거대한 대리석 조각으로 표현
  • ‘Catherine Long’한쪽 팔이 없는 여성의 몸을 완벽한 비율로 조각
  • ‘Alexandra Westmoquette’절단 장애를 가진 한 여성의 몸을 그대로 형상화

특히 ‘앨리슨 래퍼’ 조각은 2005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세워지며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기존의 영웅 동상 대신 장애인 여성을 기념비적으로 조각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퀸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완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들도 하나의 ‘완전한 신체’이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미의 기준’을 정면으로 뒤흔들며,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습니다.

Alison Lapper Pregnant | Art UK

마크 퀸, 그는 현대미술의 광기인가? 혁신인가?

마크 퀸의 작품은 늘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신체와 존재를 탐구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미’와 ‘자아’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한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 “끔찍하다. 도대체 왜 자신의 피로 조각을 만들지?”
  • “혁명적이다. 인간 존재를 예술로 형상화하는 가장 강렬한 방식이다.”

퀸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 작품을 보고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다. 예술은 늘 우리를 흔들어 놓아야 한다.”

그의 작품이 불편하든, 경이롭든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는 현대미술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가장 독창적인 예술가 중 한 명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당신이 예술이라 믿었던 것은, 정말 ‘예술’이었습니까?

BBC World Service - HARDtalk, Marc Quinn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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