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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가 선정한 위대한 나치 사기꾼-한 판 메이헤런

20세기 최고의 미술 사기극: 나치를 속인 위작 사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연합군은 나치 독일의 고위 간부 헤르만 괴링(Hermann Göring)의 비밀 보물창고를 발견했습니다.
그곳에는 렘브란트, 보티첼리, 르누아르 등 수많은 명화와 함께,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거장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대표작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이 어떻게 괴링의 손에 들어갔는지 추적한 결과, 네덜란드 화가 한 판 메이헤런(Han van Meegeren)이 이 그림을 팔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판 메이헤런을 “국가의 보물을 적에게 팔아넘긴 반역자”로 간주하고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판 메이헤런은 뜻밖의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국민 영웅 아니었어?…매국노 사기꾼 반전 실체에 화들짝 | 한국경제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

“그 작품은 내가 그린 위작이다!” – 예술가에서 사기꾼이 되기까지

한 판 메이헤런(1889~1947)은 본래 유망한 화가였지만, 미술계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현대 미술은 너무 추상적이고, 옛 거장의 전통적인 기법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지만,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을 진부하다고 혹평했습니다. 이에 실망한 그는 “내가 진정한 거장처럼 그림을 그린다면, 사람들이 과연 구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는 철저한 연구 끝에 페르메이르의 스타일을 완벽히 모방하는 위작 제작 계획을 세웠습니다.

위작의 천재, 판 메이헤런의 기막힌 기술

판 메이헤런은 단순히 그림을 따라 그리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당시 기술로는 감별이 어려운 완벽한 위조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1. 17세기 캔버스 사용 – 골동품 시장에서 17세기 캔버스를 구해, 기존 그림을 지우고 위작을 그림.
  2. 옛 시대의 염료 사용 – 17세기와 동일한 재료로 물감을 직접 제조.
  3. 노화 효과 연출 – 그림을 오븐에 구워 수백 년 된 듯한 균열(Craquelure)을 만듦.
  4. 전통 기법 유지 – 철저한 연구를 통해 페르메이르 특유의 빛과 색감, 구도를 완벽히 재현.

그의 위작들은 너무나 정교하여 미술계에서도 진품으로 인정받았고, 세계적인 전문가들도 이를 감별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판 메이헤런은 ‘위대한 위작가’가 되어 자신이 인정받지 못했던 미술계에 복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치의 예술품 약탈과 ‘페르메이르 위작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은 유럽 전역에서 엄청난 양의 미술품을 약탈했습니다.
괴링 역시 예술품 수집에 열을 올렸고, 특히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거장 페르메이르 작품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판 메이헤런은 이를 이용해 자신이 위조한 ‘페르메이르의 걸작’을 괴링에게 거액에 판매했습니다. 괴링은 이 작품을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이를 비밀 창고에 보관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연합군이 이 미술품을 발견하면서 네덜란드 정부는 판 메이헤런을 반역죄로 체포했습니다.

그는 사형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지만, 법정에서 “그 작품은 페르메이르의 진품이 아니라, 내가 만든 위작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A Profile of the Art Forger Han van Meegeren – The Science Survey
판 메이헤런 <엠마오에서의 만찬>

법정에서 위작을 직접 그리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판 메이헤런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감옥에서 페르메이르 스타일의 새로운 그림을 직접 그려 보였습니다. 그 결과,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한 작품이 완성되었고, 그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그는 반역죄가 아닌 사기죄로 1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대중들 사이에서 ‘천재적인 사기꾼’으로 떠올랐습니다. 그의 재판은 큰 화제가 되었고, 네덜란드에서는 오히려 그를 “나치를 속인 영웅”으로 보는 시선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는 형을 집행받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20세기 가장 기발한 미술 사기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Han van Meegeren one of the most ingenious art forgers of the 20th century  – Snippet of History
암스테르담 지방 법원에서 열린 판 메이헤런의 재판

미술계를 뒤흔든 판 메이헤런의 영향

판 메이헤런 사건은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후 미술품 감정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위작들은 여전히 세계 곳곳의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 사이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되며, 미술계의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기극이 아니라, 천재적인 재능과 예술에 대한 복수심이 만들어낸 독특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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