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술관 ① 디자인, 일상의 눈을 뜨게 하다, 도쿄 21 21 Design Sight
도쿄 롯폰기의 마천루 사이, 미드타운 가든의 푸른 녹음 속으로 낮게 엎드린 거대한 철판 지붕이 보입니다. 건축이라기보다는 대지에서 솟아오른 조각에 가까운 이 건물, 바로 일본 디자인의 자부심이자 세계적인 디자인 발신지인 ’21_21 Design Sight’입니다.

“디자인을 위한 박물관이 아닌, 디자인을 생각하는 장소”
21_21 Design Sight는 2007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2003년 한 일간지에 “일본에는 왜 디자인 박물관이 없는가”라는 기고문을 실으며 디자인 문화의 거점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그의 뜻에 동감한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 타쿠, 제품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렉터로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이곳을 과거의 유물을 보존하는 ‘뮤지엄’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디자인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사이트(Sight)’로 정의했습니다. ’21_21’이라는 이름 또한 서구에서 완벽한 시력을 뜻하는 ’20/20 Vision’을 넘어, 한 발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 ‘한 장의 천’이 ‘한 장의 철판’이 되기까지
건축을 맡은 안도 타다오(Tadao Ando)는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 철학인 ‘A Piece of Cloth(한 장의 천)’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옷을 몸에 맞게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장의 천이 몸을 감싸며 형태를 만드는 것처럼, 그는 거대한 강철판을 접어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 지하화된 공간: 주변 공원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의 80%가 지하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안도 특유의 ‘선큰 코트(Sunken Court)’를 통해 지하 깊숙한 곳까지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 기술의 정수: 지붕에 사용된 강철판은 일본의 선박 제조 기술을 활용해 용접 흔적 없이 매끄럽게 마감되었으며, 전면 유리창은 일본에서 가장 긴 복층 유리를 사용하여 실내외의 경계를 허뭅니다.

특화 공간과 큐레이션, 일상을 해부하다
이곳의 전시는 매번 독창적인 주제로 관람객을 놀라게 합니다. 초창기 개관전인 “A-POC Making: Issey Miyake and Dai Fujiwara”부터 시작해, 초콜릿, 물, 쌀, 심지어 ‘단위’나 ‘민예’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 Gallery 1 & 2: 메인 전시 공간으로, 매번 주제에 맞춰 공간 전체가 새롭게 디자인됩니다.
- Gallery 3: 2017년 개관 10주년을 맞아 증축된 공간으로, 기업과의 협업이나 실험적인 팝업 전시가 주로 열립니다.

현재의 시선, “Learning from Design Maestros” (진행 중인 전시)현재 21_21 Design Sight에서는 디자인의 본질을 되새기는 “Learning from Design Maestros” (2025년 11월 21일 ~ 2026년 3월 8일 예정)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시대를 초월해 영감을 주는 디자인 거장들의 스케치와 목업(Mock-up), 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봤던 방식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오리지널리티’의 가치를 탐구합니다. 럭셔리의 진정한 의미가 ‘시간을 견디는 가치’에 있다면, 이번 전시는 아트 매거진 구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Travel Info]
- 위치: 도쿄도 미나토구 아카사카 9-7-6 (도쿄 미드타운 가든 내)
- 건축: 안도 타다오 (Tadao Ando)
- 운영: 10:00 – 19:00 (화요일 휴관)
- 주변 명소: 국립신미술관, 모리 미술관과 함께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있어 도보로 예술 투어가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