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술관 ③ 빛으로 빚은 예술의 안식처, 스위스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
스위스 바젤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 리헨(Riehen).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시 공간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Fondation Beyeler)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숲의 녹음과 수련이 핀 연못, 그리고 렌조 피아노의 투명한 건축이 만난 이곳은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하나의 명상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힐디와 에른스트 바이엘러, 예술로 맺어진 동반자
바이엘러 재단은 20세기 최고의 아트 딜러이자 전설적인 컬렉터인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와 그의 평생의 반려자이자 조력자인 힐디(Hildy)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바젤 대학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하던 에른스트는 중고 서점에서 일하며 미술에 눈을 떴습니다. 1948년, 그는 힐디와 함께 바젤의 베우멜레인가(Bäumleingasse)에 자신들만의 화랑을 열었습니다. 힐디는 에른스트의 가장 날카로운 비평가이자 안목을 공유하는 파트너였으며, 부부는 피카소와 26번이나 직접 거래를 할 정도로 거장들의 깊은 신뢰를 얻었습니다.

에른스트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을 공동 설립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상업적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50여 년간 수집한 명작들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유기체’로서 대중과 만나길 갈망했습니다.
그들은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작품이 자연광 아래에서 숨 쉬고 관람객이 그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길 원했습니다.

하이테크 건축에 서정성을 입히다, 렌조 피아노
건축을 맡은 렌조 피아노(Renzo Piano)는 바이엘러 부부의 요청에 따라 ‘빛’을 주인공으로 한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현대 건축의 흐름을 바꾼 거장입니다.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통해 하이테크 건축의 서막을 알렸던 그는,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에 이르러 기술과 자연의 완벽한 결합을 선보였습니다. 그는 건물을 하나의 정밀한 기계이자 유기체로 보며, 특히 ‘빛’의 조절을 건축의 핵심 요소로 삼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런던의 ‘더 샤드(The Shard)’, 뉴욕 ‘휘트니 미술관’ 등에서도 볼 수 있듯, 투명성과 가벼움을 통해 도시와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거대한 유리 지붕입니다.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정교한 차양 시스템은 외부 날씨와 해의 위치에 따라 내부로 유입되는 자연광의 양을 조절하며, 작품을 보호하는 동시에 가장 자연스러운 색감을 구현합니다. 또한 건물의 양 끝은 통유리로 마감되어 외부의 수련 연못과 정원이 전시실 내부로 확장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모네의 <수련> 연작 앞에서 실제 수련이 핀 연못을 동시에 바라보는 경험은 오직 렌조 피아노의 설계 덕분에 가능합니다.
자연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
바이엘러 재단은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무의미합니다.
- 수련 연못 (The Lily Pond): 건물의 기초와 맞닿아 있는 연못은 렌조 피아노의 수평적 건축 언어를 완성합니다. 물에 반사된 빛은 천장의 유리 지붕을 통과해 다시 실내로 들어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조각 정원: 미술관을 둘러싼 광활한 베로베르 공원(Berower Park)에는 앨릭산더 칼더, 엘스워스 켈리 등의 조각품들이 자연의 일부처럼 놓여 있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합니다.

[Travel Info]
- 위치: Baselstrasse 101, CH-4125 Riehen/Basel, Switzerland
- 건축: 렌조 피아노 (Renzo Piano)
- 특징: 1997년 개관, 전 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스위스 미술관 중 하나
- 팁: 바젤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도착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을 놓치지 마세요. 미술관 관람 후 베로베르 공원 내의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식사는 럭셔리 아트 투어의 정점을 찍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