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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의 가치를 바꾼 YBA ③ - 런던을 현대미술의 메카로

90년대를 휘저었던 YBA의 돌풍은 이제 하나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파동은 오늘날 우리가 예술을 즐기고, 소비하고, 투자하는 방식 전반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3부에서는 이들의 최종적인 성취와 그 유산, 그리고 전설의 무대였던 <Sensation> 전시의 주역들을 조명합니다.

Sensation (art exhibition) - Wikiwand

1997년 ‘Sensation’ 전시: 전 세계적인 신드롬

1997년, 찰스 사치는 자신이 수집한 YBA 작품들을 모아 영국 왕립 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에서 <Sensation> 전시를 개최합니다. 이 전시는 영국을 넘어 뉴욕으로 이어지며 엄청난 신성모독과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YBA는 영국 내 로컬 그룹에서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등극했습니다. 이때부터 런던은 뉴욕에 대적하는 현대 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합니다.

‘Sensation’의 주역들: 논란을 예술로 바꾼 5인의 마스터피스

이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경험’이었습니다. 당시 전시장 분위기를 압도했던 주요 작가들과 그들의 상세한 작품 세계를 소개합니다.

①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 <분리된 어머니와 아이>

허스트는 상어에 이어 소의 사체를 반으로 갈라 포멀데히드 수조에 넣은 작품으로 관객을 맞이했습니다. 암소와 송아지를 세로로 정교하게 절단하여 총 4개의 수조에 배치했습니다. 관객은 소의 내부 장기와 뼈를 가감 없이 마주하며 걸어갑니다. 성경의 ‘모자(母子)’ 서사를 잔혹하게 해체함으로써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단절을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그에게 1995년 터너상을 안겨주며 YBA의 수장 자리를 공고히 했습니다.

YBAs and the Sensation Exhibition: The Power to Shock | MyArtbroker

②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 <1963-1995년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일명 ‘텐트’로 불리는 이 작품은 에민의 고백적 예술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텐트 안감에 자신이 32년 동안 함께 침대를 공유했던 102명의 이름을 수놓았습니다. 여기엔 연인뿐만 아니라 낙태된 아이, 가족, 친구들의 이름이 포함되었습니다. 대중은 이를 성적인 스캔들로 오해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친밀감’과 ‘기억’에 대한 기록입니다. 인간관계의 역사를 가장 사적인 공간인 텐트에 박제한 이 작품은 2004년 창고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사진으로만 전해지는 비극적인 서사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Everyone I Have Ever Slept With 1963–1995 by Tracey Emin

③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 – <성모 마리아>

뉴욕 전시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전시 폐쇄를 명령하게 만든 ‘문제의 중심’입니다.흑인 성모 마리아를 묘사하면서 코끼리 똥을 캔버스에 붙이고, 주변을 포르노 잡지에서 오려낸 천사의 이미지로 장식했습니다. 오필리는 아프리카 전통에서 ‘코끼리 똥’이 지닌 풍요와 신성함의 의미를 서구의 종교적 도상과 결합했습니다. 문화적 충돌이 빚어낸 이 논란은 역설적으로 그를 세계적인 스타 작가로 만들었습니다.

Chris Ofili. The Holy Virgin Mary. 1996 | MoMA

④ 마커스 하베이(Marcus Harvey) – <마이라>

전시 당시 가장 격렬한 항의를 받았던 작품으로, 전시장 입구에서 달걀 세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악명 높은 아동 연쇄 살인마 ‘마이라 힌들리’의 얼굴을 아이들의 손바닥 모양 도장으로 찍어 거대한 초상화로 만들었습니다. 살인마의 이미지를 아이들의 손길로 재구성한 이 모순은 대중의 분노를 자극했습니다. 하베이는 매체가 악인을 소비하는 방식과 그 이미지가 대중에게 각인되는 섬뜩한 과정을 시각화했습니다.

Four ways the Royal Academy's 'Sensation' exhibition changed art forever

⑤ 론 뮤익(Ron Mueck) – <죽은 아빠>

극사실주의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며 관객을 숙연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실물보다 약간 작게, 아주 미세한 피부 조직과 털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조각입니다. 시신의 차가운 질감과 축소된 크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죽음이 지닌 허무함과 슬픔을 극대화하여 느끼게 합니다. YBA의 ‘자극’ 속에서 가장 ‘정적인 충격’을 준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What are we to make of Sensation, 25 years on? | Thaddaeus Ropac

예술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의 변화: YBA의 유산

YBA의 성공은 예술적 가치가 ‘작가의 숙련도’가 아닌 ‘개념의 독창성’과 ‘브랜딩’에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 시장 주도권의 이동: 과거에는 비평가들이 예술의 가치를 정했다면, YBA 이후에는 거대 컬렉터(사치 등)와 경매 회사가 시장의 가격을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 데미안 허스트의 2008년 소더비 경매: 허스트는 갤러리를 건너뛰고 자신의 신작을 직접 경매에 내놓아 2,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는 예술가가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 현대적 럭셔리로서의 아트: 오늘날 우리가 루이비통 매장에서 현대 미술 작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보거나, 럭셔리 호텔 로비에서 파격적인 조각상을 만나는 것은 모두 YBA가 닦아놓은 길입니다. 그들은 예술이 고귀한 전당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 매체, 패션, 자본주의와 적극적으로 섞일 때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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