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하기, 테칭 시에(Tehching Hsieh)
예술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예술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는 행위는 예술일까요?
대만 출신의 퍼포먼스 아티스트 테칭 시에(Tehching Hsieh)는 이 질문을 개념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로 증명한 인물입니다. 그의 작업은 충격적이기보다는 차갑고, 과격하기보다는 무자비하죠.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그는 현대미술의 가장 극단적인 지점에 서 있습니다.

‘작품을 만든다’는 개념을 포기하다
테칭 시에는 1950년 대만에서 태어나 1974년 불법 이민자로 뉴욕에 도착합니다. 언어도, 지위도, 안전망도 없던 그는 미술 시장의 중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 규칙은 단순합니다.
“나는 시간을 산다.”
그는 오브제도, 무대도, 관객도 필요 없었습니다. 필요했던 것은 오직 살아 있는 인간의 몸과 흐르는 시간이었죠.

〈Cage Piece〉 —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다
1978년부터 1979년까지, 테칭 시에는 1년 동안 철창 구조물 안에서 생활합니다. 침대, 세면대, 책상 하나뿐인 공간. 말하지 않고,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고, 라디오도 듣지 않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둡니다. 형벌도, 판결도 없는 감옥이죠. 탈출도, 휴식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퍼포먼스의 핵심은 극단적인 고통이 아닙니다. 진짜 공포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감각이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365번 반복됩니다. 그는 묻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인간은 존재할 수 있는가.”

〈Time Clock Piece〉 — 시간에 복종하는 인간
이어진 작품은 더 잔혹합니다. 1980년부터 1981년까지, 그는 매 정각마다 타임카드를 찍습니다. 하루 24번, 1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죠.
수면은 1시간 이상 지속될 수 없습니다. 꿈은 끊기고, 몸은 붕괴되며, 머리카락은 점점 짧아집니다. 이 퍼포먼스에서 그는 자유로운 예술가가 아닙니다. 시간의 노동자, 혹은 시간의 노예죠.
테칭 시에는 이 과정을 기록한 수천 장의 사진과 타임카드를 남깁니다. 그러나 진짜 작품은 기록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1년입니다.

예술인가, 형벌인가 — 미술의 한계를 시험하다
테칭 시에의 작업은 보기에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이미지도, 감각적인 장치도 없죠.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미니멀리즘보다 더 비어 있고, 개념미술보다 더 가혹합니다. 왜일까요? 그는 ‘보여주는 예술’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묻습니다.
“인간의 삶 자체를 작품으로 삼을 수 있는가.”
그의 퍼포먼스는 끝난 뒤에야 비로소 예술로 인식됩니다. 관객은 실시간으로 소비할 수 없고, 그 결과만을 받아들일 뿐이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가장 잔혹한 선택
테칭 시에의 예술은 말이 없습니다. 설명도, 주장도, 감정 표현도 없죠. 그러나 그의 작품은 현대 사회의 노동, 시간, 감시, 규율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자발적으로 감옥에 들어간 인간, 스스로 시간을 착취한 예술가. 그는 말하지 않지만, 그의 1년은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예술은 표현이 아니라, 견딜 수 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